증권 증권일반

‘루나 사태’는 약과…앞자리 바뀐 게임코인 ‘수두룩’

FTX 직결된 엑스플라외 타 게임코인 일제히 하락

마브렉스·보라 앞자리 교체…‘루나사태’ 가격 하회

‘크립토윈터’ 장기화 불가피, 신작 앞둔 게임사 불운

NC·네오위즈 등 후발 주자 관련 사업 속도조절 전망





글로벌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으로 촉발된 위기에 블록체인으로 사업 영토를 넓혀가는 국내 게임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 사태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컴투스(078340)의 암호화폐 엑스플라 뿐 아니라 카카오게임즈, 넷마블(251270) 등이 발행한 코인들도 이른바 ‘루나 사태’ 당시보다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루나 사태 이후 이어진 ‘크립토윈터’ 여파가 다 극복되기도 전에 또 다른 대형 악재가 터지며 블록체인 기대작을 준비 중인 곳이나 현재 한창 블록체인 관련 기술에 투자 중인 회사들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 보인다.


FTX사태 게임 코인 전반에 영향…30~40% 떨어지며 앞자리 교체


15일 암호화폐 거래 정보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대표 게임 기업들이 발행하는 자체 게임 암호화폐들은 FTX 사태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 2일과 비교해 앞자리 수가 바뀔 만큼 큰폭의 하락을 보였다. 이번 사태 직격탄을 맞은 엑스플라는 지난 14일 종가 기준 363.1원을 기록해 44.1% 폭락했다. 엑스플라는 국내 게이밍 코인 중 FTX에서 거래되고 있는 유일한 것으로, FTX를 통해 이를 보유한 사람들은 현재 출금조차 할 수 없다. 컴투스에 따르면 해당 거래소에는 엑스플라 3200만개가 묶여 있다. 국내 코인거래소에서는 입출금이 가능하지만 FTX 사태와 연계돼 가격 하락 우려 등이 작용하며 낙폭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자료:코인마켓캡자료:코인마켓캡



이번 위기가 암호화폐 전체 판으로 확대되면서 국내 다른 게임사 코인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카카오게임즈가 발행하는 보라(14일 기준 196.12원)는 35.1%, 넷마블이 운용하는 마브렉스(14일 기준 2648.73원)는 36.2% 떨어졌다. 지난 5월 발생한 루나 사태 이후 떨어진 가격을 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위기까지 겹친 결과 이들 코인 가격은 루나 사태 당시 수준을 화회하고 있다. 보라가 100원대까지 내려 앉은 것은 발행 이후 최초며 마브렉스 역시 이번 사태를 겪으며 2000원대를 처음 기록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가 발행하는 클레이 역시 이 기간 31.7% 하락했다.

관련기사



‘크립토윈터’ 장기화 불가피…신작 앞둔 게임사 ‘적색등’




이번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 침체기를 뜻하는 이른바 크립토윈터가 더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블록체인 게임 출시를 목전에 둔 기업들로서는 적색등이 켜졌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북미 시장에 자사 대표 지식재산권(IP) 기반의 기대작 ‘서머너즈워:크로니클’을 선보인 컴투스는 이 게임의 블록체인 버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었다. 송재준 컴투스 대표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크로니클의 경우 게임내 경제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자연스럽게 녹아 들게 하기 위해 출시 이전부터 준비했다”며 “한국과 북미버전 각각의 라이브에 집중하고 동시에 나머지 글로벌 지역 서비스 확대 준비하면서 그에 걸맞은 형태의 블록체인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신작 미르M에 블록체인을 접목한 ‘미르M 글로벌’을 연내 출시할 위메이드도 뼈아프기는 마찬가지다. 미르4 글로벌 이후 위믹스 생태계를 떠받칠 뾰족한 게임이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전사적 관심이 미르M 글로벌 흥행에 쏠린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로서는 게임의 재미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원론적인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재미가 중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겠지만 블록체인과 일단 연계되면 게임의 인기나 흥행이 토큰 가격이랑 연계가 안될 수 없는 구조라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력투구 전인 NC·네오위즈…속도조절 전망도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 초기 단계인 회사들도 관련 사업의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록체인에 대해 비교적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해 온 엔씨소프트(036570)(NC)는 최근 약 206억 원을 미스틴랩스에 투자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관련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NC가 올 초 있었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리니지W’에 대체불가능한토큰(NFT)를 비롯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미스틴랩스의 자체 레이어1 블록체인 ‘수이(Sui)’가 향후 리니지W 블록체인 버전의 기술적 토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신작 ‘P의 거짓’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는 네오위즈 역시 자체 메인넷 ‘인텔라X’를 한창 개발 중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한 시장 침체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신사업에 대규모 추가 투자금과 관련 개발 인력을 쏟기는 기업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루나 사태 때도 많은 기업들이 블록체인 사업에 대한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이번에 FTX 사태까지 발생한 데다 또 이런 경우가 찾아오지 않으란 법이 없다”며 “기업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로 고민이 깊어질 것이며 기존 사업에 더 집중하자는 곳도 얼마든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