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막된 15일(이하 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한 폴란드 영토에 러시아제 미사일 2발이 떨어져 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처음으로 피격된 이번 사건으로 국제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미사일이 러시아에서 날아온 것으로 확인될 경우 나토의 집단방위 원칙에 따라 자칫 러시아와 서방이 총구를 겨누는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토가 사건 원인에 대해 “러시아 미사일을 격추하려던 우크라이나 미사일이 잘못 떨어진 것”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초유의 나토·러시아 간 확전 위험은 낮아졌다. 서방은 “궁극적 책임은 러시아에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두둔했다.
1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북대서양이사회(NAC)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잠정 결론은 우크라이나 방공미사일이 러시아 미사일을 막으려다 폴란드에 잘못 떨어졌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날 오후 3시 40분께 폴란드 동부 프셰보두프에 미사일 2발이 떨어져 농장 근로자 2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서방 차원에서 첫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처음으로 나토 영토에 미사일이 떨어진 이번 사건으로 국제사회는 하루 종일 긴장감에 휩싸였다. 나토 조약 5조에는 회원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나토가 자동 개입해 공동 방어에 나설 수 있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2001년 9·11테러 때 유일하게 발동됐던 이 조항이 발동될 경우 러시아와 서방이 직접 맞서게 돼 급격한 확전이 불가피하다. 블룸버그통신은 “나토는 더 큰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막기 위해 그동안 우크라이나 측의 ‘비행금지지역 설정’ 요청도 거절했다”며 확전에 대한 서방의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폴란드 정부가 사건의 배후로 사실상 러시아를 지목한 점이 혼란을 키웠다. 폴란드 정부는 사건 직후 성명을 내 해당 미사일이 러시아제로 확인됐다고 밝히고 폴란드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해명을 요구했다. 러시아가 비슷한 시각에 100여 기의 미사일로 우크라이나를 공습한 점을 감안한 판단이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를 공격 배후로 지목하며 “매우 심각한 긴장 고조”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후 G20 정상회의차 발리에 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발(發) 미사일일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확전 우려는 잦아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오전 주요 7개국(G7), 나토 회원국 정상들과의 긴급 원탁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의 공격이라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정보가 있다”며 “탄도 궤적을 보면 러시아에서 발사됐을 것 같지 않다. (조사 결과를) 두고 보자”고 말했다. G7도 “폴란드가 진행 중인 조사를 전폭 지원하는 데 동의한다”는 성명을 내면서도 공격의 배후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여러 전문가들은 사건 현장에 있던 러시아제 S 300 대공미사일은 러시아뿐 아니라 옛 소련권 국가들에서도 다수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우크라이나 미사일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결국 서방이 이날 사건은 우크라이나의 오발탄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리며 확전 우려는 덜어진 모양새다. 그럼에도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사건의 원인이 15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가한 대규모 공습이라고 언급하면서 “이번 사건은 우크라이나의 잘못이 아니다”라며 “궁극적인 책임은 우크라이나에서 불법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러시아가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드미트리 페스코브 크렘린궁 대변인은 “일부 서방 국가, 특히 폴란드가 감정적으로 행동한 반면 미국은 절제된 반응을 나타냈다”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