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로 일명 ‘깡통 전세’나 전세 사기 등으로 세입자 피해가 급증하자 정부가 주택임대차 제도 개선에 나섰다. 예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선순위 보증금이나 세금체납 등의 정보를 요구할 수 있게 되고 우선변제권을 행사하는 소액임차인의 범위와 금액이 각각 1500만 원, 500만 원씩 일괄 상향 조정된다.
법무부와 국토교통부는 전세 사기, 깡통 전세 등으로 세입자가 보증금을 되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21일 입법 예고했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깡통 전세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예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선순위 임차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담았다. 현행법상 예비 세입자는 집주인이 거부하면 임대차 정보를 얻을 수가 없다.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위험이 있었다. 정부는 예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선순위보증금 등 정보 제공에 관한 동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분명히 하고 집주인 동의를 의무화했다.
집주인이 체납한 세금을 알지 못해 영문도 모른 채 전세금을 잃는 일이 없도록 체납정보 확인권도 신설했다. 집주인이 납세증명서를 제시할 수 없거나 제시하지 않을 경우 예비 세입자가 직접 국세청 등에 체납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동의함으로써 의무를 대신하게 했다. 임대차 계약 체결 의사 없이 개인정보 취득 목적이 의심되는 사례 등 예외적인 경우에는 집주인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납세증명서 제시를 거부할 수 있는 단서조항도 추가했다.
전세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생존권을 위협 받는 소액임차인 등 주거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소액임차인의 범위도 권역별로 1500만 원 일괄 상향했다. 서울은 보증금 1억 6500만 원 이하, 세종·용인 및 과밀억제권역은 보증금 1억 4500만 원 이하, 광역시는 보증금 8500만 원 이하인 세입자들이 우선변제 대상이 된다. 최우선변제금액 역시 권역별로 기존 2000만~5000만 원 이하에서 2500만~5500만 원 이하로 500만 원씩 일괄 상향했다.
집주인이 계약 기간 중 수시로 관리비를 올리는 행위에도 제동이 걸린다. 주택임대차 표준 계약서에 관리비 항목을 신설해 계약 체결 전 관리비에 관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충분히 논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고 이후 관리비를 임의로 손대게 할 수 없도록 했다. 이와 함께 청년·신혼부부 등이 많이 거주하는 원룸·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에서 관리비를 근거 없이 청구할 수 없도록 일정 규모(전유 부분 50개) 이상의 집합건물 관리인에게 장부 작성과 증빙자료 보관 의무를 부과했다.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개정해 계약 후 입주 전 세입자의 담보권을 설정할 수 없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현행법상 세입자의 대항력은 주택 인도와 전입 신고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한다. 계약 후 입주 전까지 집주인이 돈을 빌리고 저당권을 설정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집주인이 위반할 경우 세입자에게 해제·해지권과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된다는 점을 특약으로 명시했다.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인 내년 1월 2일까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개정안을 확정한 후 법제처 심사 및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내년 초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선순위 임차인 정보 및 임대인의 체납 사실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돼 전세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며 “소액임차인과 같은 주거 약자 보호도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