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자체는 더 이상 특별한 이벤트가 아닙니다”
최근 서울시 서초구의 마이리얼트립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와 조나단정 최고제품경영책임자(CXO)는 여행 산업의 추후 트렌드에 대해서 이같이 답했다. 이 대표는 “마이리얼트립 초창기 성적표는 여름·겨울이 피크고 봄·가을은 저조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계절과 관계없이 원할 때마다 해외여행을 나갈 수 있게 되자 성·비수기의 편차는 점차 평탄해졌다”며 “해외여행은 성·비수기의 경계가 흐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념품 강매식 ‘패키지 여행’은 NO, CXO 신설로 ‘진짜 여행’ 강화
마이리얼트립은 10여 년 전 해외에서 자유여행을 하는 여행객에게 패키지가 아닌 ‘장소와 시간’에 특화한 가이드 투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전체 여행 일정을 패키지로 계약하고 원치 않는 기념품 영업 등에 강제적으로 투입되는 기존 대형 여행사의 단점을 보완하는 대신 여행객이 직접 하기 번거로운 개별 가이드 찾기와 입장권 예약하기 등을 대신해 주는 것으로 초반 700곳 이상의 도시에 2만 개 넘는 가이드 상품을 제공하며 성장했다. 10년 사이 몸값은 70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나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넘보고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 관계자가 안내하는 뮤지컬 백스테이지 투어,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생이 소개하는 도서관 투어 등 스토리를 갖춘 각양각색의 여행 상품 구성이 특징이다.
마이리얼트립이 특히 중요시 하는 여행 키워드는 당연하겠지만 ‘경험’이다. 설렘을 안고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현지에 도착해 다양한 체험을 즐기는 순간까지 모두 경험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이때의 경험은 여행을 계획하면서 앱 안에서 상품 탐색·예약·구매하는 전 과정으로, ‘사용자 경험’과 ‘현지 경험’을 의미한다. 사용자 경험은 여행을 계획하며 앱 안에서 상품 탐색·예약·구매하는 전 과정을, 현지 경험은 말 그대로 현지에서 직접 경험하는 순간을 말한다.
이 중 총체적인 서비스 경험을 고객 중심으로 향상하기 위해 마이리얼트립은 지난 5월 CXO(Chief Experience Officer) 직책을 신설해 구글 출신의 조나단정을 영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쿠팡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에서 여러 경험을 쌓은 조나단정이 고객 경험을 위한 업무에 적임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 CXO는 “마이리얼트립의 DNA는 서비스 출시 초기부터 경험에 굉장히 집중하는 회사였다”며 “가장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제공하기 위해 경험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부정적인 경험인 ‘고객 불만’도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마이리얼트립도 코로나19 발발로 고객들의 예약 취소·환불 요청이 쇄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불만족스러운 고객 서비스로 인해 일부 고객들이 떠나갔다. 따라서 이런 일을 계기로 마이리얼트립은 지난해 12월 고객 서비스를 전담하는 별도의 운영 전문 자회사인 MRTCX를 설립했다. 이전까지는 외주사에 고객 서비스를 맡겨왔지만, 이제부터는 직접 고객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이 대표는 “고객과의 최접점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조직이 외부 조직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고객 중심적이지 못한 사고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회사로 설립하며 크고 작은 도전 과제가 있었지만 ‘이 조직은 반드시 우리 조직 안에 있어야 된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별도 법인을 설립한 후 사내에서 고객 서비스를 직접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산업 ‘장기체류’와 ‘K-콘텐츠’에 주목…'워케이션' 더 유행할 것
사실 여행 산업은 최근 재도약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3년 여간 중단된 하늘길이 열리면서 달라진 여행 트렌드를 반영하는 데 절치부심이다. 마이리얼트립은 코로나19 이후 여행 트렌드로 ‘장기체류’와 ‘K-콘텐츠’를 주목했다.
우선 최근 여행객들은 핵심 도시를 비롯해 근교까지 방문하며 풍부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체험하는 ‘장기여행’을 선호한다. 과거에는 짧은 연차 기간동안 여행을 다녀와야 하므로 ‘밤도깨비’와 같은 초단기 여행이 주류를 이뤘지만, 지금은 ‘주요 명소만 사진 찍고 오는’ 방식의 여행을 원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장기 여행이 가능해진 이유는 단연 ‘재택근무’다. 코로나19 동안 많은 기업과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를 통해 굳이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이 대표는 올해 여행 업계를 뜨겁게 달군 ‘워케이션’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워케이션은 사무실과 사무실이 위치한 도시를 벗어나 타지역 혹은 해외에 나가 지내며 원격으로 일하는 방식이다. 일부 스타트업에서 코로나19 이후 이벤트처럼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도입하긴 했지만 아직 흔하진 않다. 기성세대에게는 이같은 일하는 방식이 낯설고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CXO는 “우리는 워케이션이 코로나19 때문에 만들어진 잠깐의 트렌드라고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 CXO는 “워케이션이 라이프 스타일을 비롯해 일하는 방식 외에 생활 패턴까지 변경할 것”이라며 “리모트 워크(원격 근무) 환경 속에서도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와 똑같은 수준 이상의 생산성을 만들 수 있는 업무 툴이 도입되고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이리얼트립도 워케이션 흐름에 동참하며 사내 업무 형태를 바꿨다. 사내에서 ‘Work From Anywhere(WFA)’로 불리는 워케이션 제도는 이 대표가 제일 먼저 경험했다. 제주도로 한 달간 워케이션을 떠난 이 대표는 “2박 3일과 달리 한 달간 제주도에 머물게 되면 근처에서 할 체험을 찾게 된다”며 “사실 2박 3일 제주도를 방문하게 되면 맛집 또는 꼭 가봐야 하는 곳들 가는 것만으로도 정신없고 일정이 꽉 차겠지만, 한 달씩 있게 되면 새로운 경험을 찾게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K-콘텐츠 역시 마이리얼트립이 주목하는 향후 주요 여행 키워드 중 하나다. 이 대표는 “외국인들이 과거에는 한국에 쇼핑하러 왔다면 이제는 K-드라마·K-POP·웹툰과 같은 K-콘텐츠에 팬심을 가진 팬들이 한국을 방문해 여러 경험을 온전히 체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글로벌 OTT의 활발한 성장과 함께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BTS), 드라마 ‘오징어게임’, 영화 ‘기생충’ 등이 대표적인 K-콘텐츠로, 팬데믹 기간 동안 큰 주목을 받아왔다.
끝으로 두 사람에게 다시 돌아온 ‘여행’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먼저 이 대표는 “지난 2년간 대부분의 사람들, 전 세계 사람들은 여행이 주는 즐거움과 행복을 잊고 살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마이리얼트립에 와서 다시 여행이 주는 설렘·행복·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마이리얼트립이 그러한 감정들을 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정 CXO는 “우리가 보통 정년퇴직하면 ‘난 여행만 다닐 거야’, ‘맨날 여행하고 싶어’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 시점에서 ‘꼭 은퇴해야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더 빨리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지금도 계속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