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장중머우






내가 그의 이름을 꽃이라고 부르자 그는 비로소 꽃이 됐다고 한 시인은 말했다. 파운드리 기업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파운드리라는 개념은 없었다. 1980년대 들어 인텔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파운드리라고 부르자 단순 주물 공장이던 파운드리는 반도체 생산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첨단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무어도 파운드리만 하는 기업이 반도체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장중머우(미국명 모리스 창)는 파운드리의 엄청난 잠재력을 내다보고 창업해 오늘날의 TSMC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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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머우는 1931년 중국 저장성 닝보의 은행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전쟁을 피해 이사를 계속하다 홍콩을 거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반도체 전문가로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의 최고위직으로 일하다가 대만 정부로부터 대만산업기술연구원(ITRI) 원장직 제안을 받아 1985년 대만에 갔다. 그가 1987년 설립한 TSMC는 대만의 숙련되고 잘 교육된 인재에 투자해 당시 세계 반도체 업계를 주름잡던 NEC·도시바·히타치 등 일본 기업과 TI·IBM 등 미국 기업을 순식간에 추월했다. 그는 1989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는 이때를 회상하며 “이 회장이 영입 제안을 한 핵심은 반도체 기업이 성공하려면 거대한 자본과 수많은 엔지니어가 필수라는 것”이라며 “나는 이런 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삼성전자를 TSMC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지목했다. 그는 삼성전자 인재들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점과 경영의 상층부를 한국인이 차지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 소재 신공장에서 첨단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기술을 갖춘 칩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장중머우가 밝혔다. 삼성전자는 6월 세계 최초로 3㎚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양산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반 년도 지나지 않아 TSMC가 추격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것이다. 대만뿐 아니라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은 반도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도체 경쟁 대열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면 ‘K칩스법’의 국회 통과를 포함한 국가 차원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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