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두달여 접종 3665명뿐…WHO 승인 미뤄져 수출길도 막혀[SK바사의 눈물]

■국산 1호 '코로나 백신' 생산 잠정 중단

오미크론發 재유행, 변이속도 못 따라가며 직격탄

긴급사용 수요 떨어지자 EMA 등은 장기간 검토만

'공백 대응' 노바백스 백신 생산량 확대로 전환 추진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 멀티주(GBP510)’ 생산을 잠정 중단한 것은 접종 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GBP510은 화이자·모더나 등 글로벌 빅파마들에 비해 출시 시기가 한참 늦었던 만큼 저조한 접종률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여기에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오리지널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진화된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현재 의료 현장에서 접종되는 화이자·모더나 등의 백신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오미크론 대응 2가 백신(개량백신)이다. 게다가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유럽 주요 국가들의 허가 지연으로 중저소득 국가로의 수출마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결국 잠정 생산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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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동절기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 접종은 총 45건 이뤄졌다. 엔데믹 국면에서 백신 접종에 대한 피로감 등을 고려하더라도 GBP510의 접종률은 크게 저조하다. 각 백신별 접종 실적이 △모더나(BA 1) 백신 1만 8160건 △화이자(BA 1) 1만 7998건 △화이자(BA 4/5) 5만 5376건 △노바백스 501건인 점을 볼 때 GBP510은 이미 시장에서 외면당했다는 게 업계와 의료계의 시각이다.

동절기 접종 이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6월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고 8월 60만 도스의 초도 물량을 정부에 공급한 후 9월부터 본격적인 GBP510 접종이 시작됐다. 약 석 달 동안 접종 실적은 크게 저조했다. 접종 시작 후 이달 20일까지 동절기 접종을 포함해 총 3665건에 그쳤다. 정부가 저조한 접종률을 고려해 GBP510의 유효기간을 6개월에서 9개월로 연장하고 기초 접종(1·2차 접종) 외에 추가 접종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접종률은 답보를 거듭했다. 마상혁 전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현재 오미크론 변이에 의해 재유행이 발생하는 가운데 GBP510의 접종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SK바이오사이언스가 많은 노력을 들여 개발한 것은 알지만 결국 문제가 된 것은 개발 속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GBP510의 추가 접종이 허가됐지만 원칙은 기초 접종과 동일한 백신을 추가 접종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부분이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먼저 접종한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 접종도 같은 백신(화이자·모더나)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GBP510의 개량백신 개발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떤 변이를 타깃으로 해서 개량백신을 개발할지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변이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어떤 변이로 2가 백신을 만들지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장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화이자·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개량백신을 개발해 허가를 받아 국내 공급을 진행하고 있다. 화이자는 지난달 17일 BA 4/5 2가 백신에 대해 보건 당국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았고 모더나 역시 9월 ‘스파이크박스(BA 1 대응)’의 수입 허가 이후 157만 회분의 백신에 대해 국가출하승인을 획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당시부터 주요 시장으로 삼았던 아프리카 등 중저소득국으로의 수출도 여의치 않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개발 이후 7월 영국 의약품규제당국(MHRA), 유럽의약품청(EMA) 등에 GBP510의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다. 여기에 더해 아프리카·중남미 등 중저소득국 공략을 위해 9월 WHO에 긴급사용목록(EUL) 등재를 신청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승인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감소하며 긴급사용의 필요성이 떨어졌다”며 “각 기관들이 급하게 심사해 승인을 내기보다 장기간 검토해 안정성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한 백신의 생산보다 노바백스의 오미크론 대응 개량백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공장 점검에 착수했다. 회사 측은 현재 안동L 공장의 노바백스 백신 생산라인을 개량백신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연내 종료될 노바백스와의 계약을 연장하고 노바백스가 개량백신 개발에 성공할 경우 즉각적인 생산에 돌입하기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노바백스의 개량백신 생산을 준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스카이코비원 생산라인은 남겨둔 상황”이라며 “완제 백신 생산은 중단했지만 원료 백신은 지속적으로 생산해 허가를 받은 후 수출 물량을 다시 생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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