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 2열연공장. 이곳은 자동차·가전·건설 등 국내 주요 산업의 원천이 생산되는 국내 최대 압연공장이다. 40여 년 동안 단 한번도 멈추지 않은 이 공장은 올 9월 태풍 힌남노에 따른 침수로 2개월 동안 가동이 멈춘 상태다.
이곳에 400명이 모였다. 포스코 직원, 협력사 등 인력들은 하루라도 공장을 돌리기 위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장 수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드넓은 공장에는 400명 이상이 되는 복구 인력과 기계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자리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침수 당시 지상 기준으로 어른 어깨 높이까지 물이 찼다. 문제는 지하였다. 지하에는 수많은 전기 설비와 기계 장치들이 있었다. 지하 규모는 길이만 450m, 높이는 8m로 하나의 거대한 지하 주차장에 수많은 기계, 전기 장치들이 있다. 일부 침수된 지상 설비와 달리 지하는 말 그대로 완전 침수가 돼 물을 빼내는 데만 4주가 걸렸다. 이날 방문한 지하에는 아직도 습한 공기와 천장과 기둥에 붙어있는 뻘이 그날의 참상을 여실히 느끼게 했다.
허춘열 2열연공장 압연공장 부소장은 “사태가 심각하지만 다음달 중순이면 정상가동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에 찬 듯 말했다. 믿기 힘들지만 믿을 만 한 얘기였다. 실제 똑같이 침수된 1열연공장은 이날 뜨거운 증기를 뿜으며 철판을 실제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강판 등을 만드는 1열연공장은 지난달 7일 포스코 직원, 지자체, 협력사 등의 노력으로 재가동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우선 2열연공장에서 생산되던 전기차용 구동모터 강판 등 시급한 수요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침수 이후 한 달 만에 1열연공장을 가동한 것은 사실 기적과 같은 일이다. 2열연공장처럼 이곳도 완전 침수가 된 곳이다. 김지호 열연부 1열연공장 사원은 “침수 초기 물 퍼내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며 “하지만 소방서에서 펌프를 동원하고 근처 해병대 군인들이 발벗고 나서서 복구에 탄력이 붙었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포스코 직원들은 모두 ‘할 수 있다’는 굳은 의지를 표현했다. 소위 MZ세대라 불리는 신입급 직원들은 선임급 직원들에게 존경심을 적극 표현했다. 입사 1년 차 하준우 2제선공장 사원은 “인도네시아 법인과 퇴직한 선배들 모두 제철소로 달려와 조업계획을 세우고, 고로 내부 열을 유지해 3개 고로 모두 안전하게 정상가동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것을 보면서 경외심이 들었다”고 했다. 이에 제철소 심장인 3개 고로 모두 다행히 힌남노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포스코그룹 전 직원과 협력사, 지자체, 군 등 전방위적인 복구 노력에 포항제철소는 복구가 거의 완료됐다. 침수 이후 2개월이 넘은 현재 압연공장 18개 중 7개가 재가동에 성공했다. 지난 78일 동안 하루 평균 1만 5000명이 24시간 투입하고 있는 속도라면 12월말까지 9개 공장이 재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내년 2월 목표로 스테인리스1냉연공장이 가동되면 모든 압연공장이 복구된다.
복구가 빨라진 데에는 수많은 인력들의 노고가 있었지만 이른바 포스코 장인들의 끈질기고 도전적인 방식도 있었다. 1호 포스코 명장인 손병락 EIC기술부 상무보는 “메인 모터 제작사조차 수리는 어렵다고 했지만 고민하고 다시 작업하고 방법을 바꾸는 시도를 계속해 결국 모터 47대 중 33대를 재조립해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이어 “이번 복구작업으로 포스코가 오히려 설비 제작사보다 수리 역량이 더 뛰어다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포항제철소의 성공적인 복구 과정은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이 진행하고 있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정문에 있는 ‘자원(資源)은 유한하지만 창의(創意)는 무한하다’는 50년 이상 된 포스코의 슬로건이 유난히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