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발행이 크게 늘고 있다. ELB는 주가연계증권(ELS)과는 달리 발행 증권사가 파산하지 않는 한 원금을 보장하고 약정된 수익을 지급한다. 증권사들은 고금리 시대에 확정금리형 상품을 선호하는 투자자의 수요를 잡기 위해 6~7%대 ELB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다만 발행 증권사들의 신용 위험을 살펴 투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증권사들의 ELB 발행 규모는 1조 3608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481억 원)의 약 4배 수준이다. ELB 발행 규모는 올해 2월(5903억 원) 이후 추세적인 증가세를 보인 뒤 지난달 1조 1644억 원까지 늘었는데 이달에는 더 늘어난 셈이다.
ELB는 ELS처럼 주가지수나 개별 주식을 추종해 조건별로 수익을 낸다. 원금 손실이 가능한 ELS와 다르게 증권사가 파산하거나 (투자자가) 중도 해지를 요구하지 않는 한 원금을 보장하기 때문에 요즘과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며 ELB의 기대 수익률이 높아진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인다. 이달 ELB 모집에 나선 키움증권·한화투자증권·DB금융투자 등은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연 5%대)보다 높은 6.4%~7.01%의 목표 수익률을 제시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이달 만기 3개월·6개월 ELB 상품 모두 청약률이 270%, 615%에 달하며 모집 한도를 넘어섰다”며 “올해 상반기에는 ELS가 인기가 많았으나 요즘 주가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원금이 보장되는 ELB로 투자자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ELB의 높은 금리가 향후 발행 증권사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ELB 발행이 급증하는 데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자금 사정 악화가 자리한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 시장 금리가 연일 최고점을 이어가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한 가운데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ELB 발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 연구원은 이어 “중소형사들은 ELB를 발행하면 국채·전고채·은행채 등을 담보로 활용할 수 있다”며 “물론 채권 발행보다 상대적으로 제한이 있기는 하나 자금 조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 기준 전체 ELB 발행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곳은 하나증권(11.71%), 대신증권(9.18%), 현대차증권(8.04%) 등이다.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6.74%), 삼성증권(5.34%), 한국투자증권(5.02%) 등보다도 높은 비율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 대신증권과 현대차증권의 ELB 발행액은 각각 4358억 원, 3565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30.7%, 577.75% 증가했다. 한 증권 업계의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발행어음이 있어 ELB 발행이 적은 편이지만 중소형사들은 발행어음이 없으니 유동성 비율 확보를 위해 ELB 발행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발행사 상황에 따라 최악의 경우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ELB는 전적으로 증권사의 신용도에 기반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ELB는 예금자 보호 상품이 아닌 금융투자 상품이며 중도 상환 시 수수료를 떼면서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회사채와 같은 신용 위험이 있어 발행사의 신용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