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삶의 상당 부분은 여성가족부의 지원 아래 이뤄져 있다고 봐도 무방해요.”
올해로 17살인 청소년 A씨는 지난해 원가정으로부터 독립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가고 있다. A씨는 가정폭력·친족성폭력 등 수차례의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여가부의 지원을 통해 그 고비들을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가부는 사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지원해주는 부처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청소년인 A씨가 성범죄 피해를 입고 심리적 어려움을 겪던 당시 A씨는 가족으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 가족에게 받지 못했던 심리적·경제적 안정을 해바라기센터와 꿈드림센터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A씨는 학교를 자퇴한 뒤 지난 8월 검정고시를 치렀고, 내년에는 대학에 입학한다. 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가부가 없었으면 저는 지금 이 세상에 없었을 거예요.”
다음은 A씨와의 일문일답.
-여성가족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언제부터 지원받게 되셨나요.
2018년에 성범죄 사건이 있었어요. 아버지가 수년동안 가정폭력이 심했는데, 성범죄 피해를 겪었을 때 아버지는 “니가 사고치고 온 것 때문에 내가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냐”고 말하시더라고요. 제가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보다 피해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게 더 창피하신 분이었어요.
그러다 2019년 말, 아버지가 “내가 왜 너 때문에 시달려야 하냐”며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력을 쓰셨고 흉기로 위협하는 사건이 있었어요.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2021년 5월 정도에 쉼터로 인계됐고, 거기서 한 달 간 지내며 아르바이트도 하고 상경해 집을 구하고 살았어요. 학교는 고등학교 1학년을 끝으로 자퇴했어요. 학교를 다니고 있으면 부모님이 제 위치를 알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자퇴 후 상경해 두 평짜리 연습실에서 어떻게든 살면서 돈을 벌었고, 첫 자취방을 구했어요.
자취방을 구한 뒤 사촌들과 연락이 닿아 교류를 하게 됐고, 밥만 먹고 가라는 말에 찾아간 이모부의 집에서 이모부에게 ‘준강제추행’을 당했어요. 그때 너무 힘들었는데 여가부 산하 해바라기센터에서 상담 지원을 받게 됐어요. 11개월 이상 상담을 받고 있는데, 여가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쯤 저는 정말 없었을 지도 몰라요. 무엇보다 이런 이야기를 먼저 물어보고 들어주려고 한 곳은 여가부밖에 없었어요. 아무도 제 이야기를 궁금해하지도,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거든요.
-어떤 지원을 받으셨나요?
해바라기센터에서 상담 지원을 받았고, 꿈드림센터에서 검정고시를 볼 수 있도록 지원도 받았어요. 해바라기센터에서는 11개월 이상 상담을 받고 있는데, 제 감정을 섬세하게 어루만져주셔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꿈드림센터는 2021년 사건 당시 경찰과 선생님들께서 알려주셔서 도움을 받았어요. 검정고시 공부를 위한 교재비나 교육비를 지원받았고, 검정고시 대비반 수업도 있어서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국선변호인 제도를 통한 법률 지원도 받았어요. 특히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증언을 해야 하는 순간이 많아서 괴로웠는데, 그때 많은 용기와 도움을 받았어요.
청소년 일시쉼터를 통해서는 거주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어요. 생활비를 혼자 전부 벌어 몇 개월 전까지 생계를 유지해오다가 일시쉼터를 통해 기초생계지원을 받을 수 있단 걸 알게됐어요. 수급자 신청을 통해 선발 후에 수급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었고, 그래서 아르바이트도 그만 두고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지난 8월에 검정고시에 합격 했고, 내년에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에요. 예술학사로 대학에 입학하게 됐고 그림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제가 고통 받았던 사회의 이면을 그리고 싶고, 지금은 사회문제를 짚는 만화를 그리고 있어요.
피해자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정리한 글도 SNS에 올리고 있어요. 해바라기센터가 어디 있는지 알리는 글도 꾸준히 쓰고 있고요. 과거의 저에게 해주고싶었던 말들을 글로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이 글들을 보고 피해를 입은 사건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메시지도 받았어요. 그걸 볼 때마다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여가부 폐지’ 이슈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가부 폐지라는 짧은 문장을 봤을 때부터 불안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제 삶은 여가부의 지원 아래 이뤄져있다고 봐도 무방한데, 제일 큰 안식처이자 지원처인 여가부가 없어진다면 제 삶이 더 위태로워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여가부는 남성을 혐오하거나 여성만 지원해주는 부처가 아니라 차상위계층, 청소년, 자퇴청소년 이런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지원해주는 부처라고 SNS에 꾸준히 글을 올렸던 것 같아요.
여가부를 모르는 사람의 부류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몰라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성범죄피해자나 차상위계층 청소년. 그리고 여가부를 잘 모르면서 ‘남성 혐오부서’라고 단정을 짓는 이들이요.
이 모두를 위해서라도 여가부가 정말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여가부의 지원을 받았고, 그 때문에 지금도 살아 있는 청소년으로서 서비스를 몰랐던 이들이 더 많이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다 함께 사는 세상이니까요. 서로 돕고 살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