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지부진한 NFT 폰지사기 수사] 원금지급 또 연기…피해자에 '고소 취하' 요구도

업체 대표 "고위험성 설명" 주장

피해자 "실낱 희망 사라져" 분통

일부는 업체 설득에 고소 취하도

경찰 "고발 없으면 수사 어려워"

폰지사기 의혹을 받는 H업체 대표 유 모(55) 씨가 올해 7월 투자자들을 상대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폰지사기 의혹을 받는 H업체 대표 유 모(55) 씨가 올해 7월 투자자들을 상대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한 투자자를 중심으로 본 이 업체의 다단계 구조 모습. 사진=독자 제공한 투자자를 중심으로 본 이 업체의 다단계 구조 모습. 사진=독자 제공


최근 대체불가토큰(NFT) 기반 그림투자 등을 명목으로 수백 억원대 투자금을 모집해 폰지사기 의혹이 불거진 H업체가 자금부족을 이유로 원금지급을 다시 한 번 연기했다. 뚜렷한 수입원을 확보하지 못해 피해자들의 원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파악된다. H업체 대표 유 모(55) 씨 등은 일부 피해자들에게 원금을 지급하며 고소·고발 취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수천 명의 피해자들을 모집한 H업체 대표 유 씨는 내부망을 통해 “약속된 날짜보다 늦어지게 됐다”며 원금 지급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H사는 설립초기 피해자들에게 원금의 3배에 해당하는 수익률을 약속했지만 지난달 원금과 수익금 상환을 전면 중단했다. 당시 유 씨는 이달 24일 원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약속했었다.



유 씨가 주요 수익원 중 하나로 제시한 박수근·김환기 등 유명 그림의 판매 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1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강남구의 한 문화센터에서 진행된 전시에서 유 씨는 4000만 원가량의 수익을 거뒀다. 유 씨가 주장하는 피해자들의 잔액(총 투자금-지급된 수익금)인 180억 원에 턱 없이 못 미친다. 유 씨는 “그림 판매액의 50%를 수익으로 낼 수 있었다”고 주장하며 “참담한 실적으로 사실상 큰 적자가 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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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 원금 지급이 연기되자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피해자 A 씨는 “나를 믿고 투자한 사람들만 여럿인데 참담하다. 내가 추천해 투자한 사람들의 빚은 내가 갚으려고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피해자 B씨도 “유 씨가 원금을 돌려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졌다. 같은 지역 피해자들과 만나 유 씨에 대한 고소·고발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 씨는 일부 피해자들을 만나 고소·고발을 막기 위해 설득하고 있다. 피해 보상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원금을 우선 지급했고 자금이 부족할 경우 해외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를 대신 전달했다. 일부 피해자들에 따르면 유 씨는 새로운 다단계 사업을 합법적으로 시도할 계획을 밝히며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할 경우 해당 사업에서 추가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실제 일부 피해자는 고소를 취하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피해액이 커도 고소나 고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비상대책위원회는 투자금 회수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최근 비대위는 내부망을 통해 “피해자들의 고소로 유 씨의 행적이 유사수신 및 사기로 인정되면 피해금액이 국가로 환수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피해자들에게 설명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특정 회사나 암호화폐 등 업체가 투자한 지분을 비대위로 위임받아 처분하고 있다”며 “원금을 최대한 회수해 손해가 큰 피해자들에게 우선 지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유 씨는 사업을 처음 설명할 때부터 피해자들에게 투자의 고위험성을 설명해왔다고 강조했다. 유 씨는 “다른 폰지사기와는 달리 각 지역의 사업설명회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분명히 원금 보장이 어렵다는 말을 전달했다”며 “일본 비영리단체 등을 통해 투자금을 확보하는 등 원금보장을 위해 최대한 노력할 계획이다. 합법적인 다단계 사업자와 연계해 추가적인 수익도 확보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 강남경찰서는 유 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받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유 씨도 경찰서에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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