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저출산 극복 시급한데…예산도 확보못해 삐걱대는 '모유은행'

사업운영·관리주체 등 미확정

내년 기증모유 지원사업 불투명

모유은행들 적자 못견디고 폐업

현재 강동경희대병원 1곳만 남아

강동경희대병원 모자보건센터 간호사가 모유은행에 냉동 보관 중인 기증모유를 꺼내 보이고 있다. 이호재 기자강동경희대병원 모자보건센터 간호사가 모유은행에 냉동 보관 중인 기증모유를 꺼내 보이고 있다. 이호재 기자




내년 상반기에 실시될 예정인 ‘기증모유 지원 시범사업’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내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예산 책정과 사업 진행 방침이 결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속도가 나지 않고 있어 정부의 저출산 극복 정책에 대한 의구심마저 커지고 있다.




28일 의료계와 보건 당국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1~6월)에 실시될 예정인 기증모유 지원 시범사업과 관련해 아직도 예산이 책정되지 않은데다, 관련 사업 운영 및 관리 주체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도 확정되지 얺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예산을 심의하고 있는 중”이라며 “시범사업 진행에 앞서 기증모유 관리에 대한 종합적 논의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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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예산은 고작 1억 원 수준으로 겨우 운영 적자를 메우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 예산이 정해지더라도 기증모유 관리 등에 관한 법안, 관리체계 등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려면 내년 1월 시행 계획은 이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모유은행’이라고도 불리는 기증모유 지원 사업은 건강한 여성으로부터 모유를 기증받아 저온 살균 등의 공정을 거쳐 이른둥이(체중 2.5kg 미만의 저체중아 또는 임신기간 37주 미만의 조산아)에게 제공하는 사업이다. 국내 저체중아 비율은 2011년 5.2%에서 2021년 7.2%로, 조산아 비율은 6.0%에서 9.2%로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모유은행을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여겨 협회나 국가가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운영한다.

현재 국내에서 모유은행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강동경희대병원이 유일하다. 10여 년전만 해도 서울인정병원, 사랑나눔모유은행, 익산 제일산부인과 등 각지에 모유은행이 운영됐지만 계속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해 문을 닫았다. 강동경희대병원에서 2007~2019년 기증모유를 제공받은 사람은 총 1943명이다. 수혜자는 모유 50cc당 3360원과 배송비만 부담한다. 하지만 정작 강동경희대병원은 설비와 인력 등을 운영하면서 매년 1억 원 넘게 적자를 보고 있다. 정성훈 강동경희대병원 모유은행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생아의 생명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며 "더 많은 병원이 모유은행을 운영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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