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관련 정보를 다룬 유튜브 콘텐츠 10개 중 3개는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권정혜 세종충남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내에서 암 대체 치료제로 논란을 빚었던 개 구충제 '펜벤다졸' 자가 처방 관련 유튜브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은 2019년 한 미국 남성이 복용하고 말기암을 극복했다고 밝히면서 암환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유튜버 故(고) 안핑거가 대장암 4기를 판정받은 후 펜벤다졸을 복용하는 과정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며 화제가 됐는데, 3개월이 채 되지 못한 시점에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사망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연구팀은 유튜브 상에서 잘못된 암 관련 정보가 확산되는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펜벤다졸’ 자가처방 유튜브 동영상 702개(227개 채널)를 선별했다. 2019년 9월부터 지난 2020년 9월까지 1년간 업로드된 조회수 5만회 이상의 동영상 90개(중복추천 제외)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펜벤다졸이 암 치료제로 사용되는 유력 증거인 것처럼 보여주는 자가 투여 동영상이 지속해서 업로드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누적되는 것을 발견했다.
펜벤다졸 관련 추천 콘텐츠 네트워크가 암 대체 치료제로서 펜벤다졸에 대한 시청자들의 믿음을 높이는 잘못된 인프라로 작용했음을 확인한 것이다.
환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건강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고 이를 토대로 치료 결정을 내린 뒤 제공자와 환자 간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현상도 찾아냈다. 펜벤다졸 효능이 의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지만, 환자들은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동영상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권정혜 교수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환자나 보호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유튜브 동영상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잘못된 암 정보의 사회적 메커니즘 이해 유튜브 확산과 교훈 : 정보병학 연구'란 제목으로 모바일 헬스 분야 최고 국제학술지인 'JMIR'(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