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의 3분기 말 기금 운용 실적이 뒷걸음질 치면서 올해 연간으로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도 6월 말에 이어 재차 900조 원 미만으로 쪼그라들면서 68조 원의 손실이 났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29일 올 들어 9월 말까지 누적 운용 수익률이 -7.0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8월 수익률(-4.74%) 대비 2.32%포인트나 악화한 것이다. 자산별로는 국내 주식(-25.47%)과 해외 주식(-9.52%), 국내 채권(-7.53%), 해외 채권(6.01%) 순으로 수익률이 낮았다.
부동산과 인프라 등을 포함한 대체투자 부문은 8월(10.90%)에 이어 두 자리 수익률인 16.24%를 나타냈지만 대부분 이자와 배당 수익, 환차익이 반영된 결과다. 대체투자 역시 금리 상승으로 연말 공정가치 평가 반영 시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은 하반기 들어 수익률 추락에 제동을 걸면서 기금 규모를 회복하는 듯했으나 또다시 900조 원대가 무너졌다. 국민연금은 6월 말 기준 -8.0%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기금 규모가 882조 7000억 원으로 줄었지만 7월과 8월에는 수익률이 -4%대로 회복하면서 기금 규모가 900조 원대로 올라선 바 있다. 국민연금은 9월 말까지 68조 원의 손실을 기록해 기금 규모가 896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의 9월 말 수익률이 마이너스 폭을 확대한 것은 국내외 주식 투자에서 큰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의 9월 말 평가액은 121조 7210억 원으로 전체 투자 중 13.6%를 차지하는데 수익률은 -25%를 넘어 손실액만 41조 원 이상을 기록했다. 국민연금은 해외 주식에서도 10% 가까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여 28조 원의 손실을 봤다. 9월까지 평가액은 247조 5640억 원으로 8월보다 손실 규모가 확대됐다.
다만 6%의 수익을 올린 해외 채권은 7월부터 플러스 수익을 기록한 데 이어 8월(3.32%)과 비교해도 수익률이 크게 상승했다. 국내 채권의 경우 금리 인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 영향으로 평가손실을 기록하면서 9월 수익률이 8월 대비 1.5%포인트 악화한 -7.53%를 기록했다.
대체투자 부문은 3분기까지 수익을 내고 있지만 연말 공정가치 평가 이후 투자에서 부실이 생기거나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이 반영될 경우 수익률 추락이 불가피하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해외 대체투자의 부실 위험이 덩달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까지 국민연금이 부동산에 투자한 규모는 43조 원으로 135조 원의 대체투자 자산 중 32%의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부동산에 31조 3000억 원을 투자했고 이 중 해외 투자 비중은 83.3%인 26조 원에 육박한다. 올해 부동산 투자액이 늘면서 해외 투자 규모도 증가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대체투자 부문 수익률까지 지금보다 하락하면서 국민연금은 올해 최악의 손실을 낼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국민연금은 2008년과 2018년 두 차례 연간 손실을 봤는데 2018년에는 -0.92%의 수익률에 따라 5조 90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 9월까지 손실액은 2018년 연간 손실액의 11배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