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이를 감안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급격한 가격 하락이 발생하지 않도록 긴축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미다. 사실상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이 총재는 로이터와의 외신 인터뷰에서 “부동산 가격이 코로나 기간 40% 상승했으나 현재 7% 하락했다”며 “현재 부동산 시장은 경착륙이라기보다 높은 금리 수준에 따라 조정을 받는 정도”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물가·경기 상충 관계에 대한 질문에도 “경기 둔화를 고려하겠다”며 완화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물가가 아직 5% 수준으로 물가 안정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내년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했기 때문에 경기 둔화 여부에 따라 통화정책도 맞춰서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앞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대폭 낮췄다. 최종금리 수준은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높지만 3.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시사로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면서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게 됐다”고도 했다. 고환율로 불가피하게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원 80전 내린 1318원 8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기대감으로 이틀 만에 21원 40전이 급락하면서 15일(1317원 60전) 이후 10거래일 만에 최저다. 실제 이 총재는 최근 환율이 중국 소식에 따라 움직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