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큰 손 투자자가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거액을 베팅한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배터리 공장 건설에 지속적 투자 유치가 필요한 SK온의 사업 확장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온이 전날 1조 3000억원을 확보했다고 공시한 1차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에 4500억 달러(608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카타르투자청이 거액을 투입할 것으로 확인됐다. 가스 가격 급등에 천문학적 투자금을 보유한 카타르는 SK온의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096770)과 돈독한 사업 관계를 맺어왔으며 SK가스가 보유한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 우선주(36.49%)를 1431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카타르측은 전기차 배터리를 미래 주요 에너지 중 하나로 꼽으며 다양한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투자청은 중국계 사모펀드인 힐하우스캐피탈 등 해외 투자자들과 SK온에 내년 1분기까지 6500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힐하우스캐피탈 역시 성장성이 높은 글로벌 기업에 과감한 투자로 주목 받아온 큰 손이다. 운용 규모는 500억 달러(65조원)로 국내 기업 중 마켓컬리의 초기 투자자로 잘 알려져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카타르투자청 같은 국부펀드는 일반 사모펀드에 비해 장기 투자자로서 성장형 기업들이 선호하는 주주" 라며 “힐하우스도 자금력이 풍부해 SK온의 추가 투자 유치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SK온은 내년에 2차 프리IPO를 진행해 1~2조원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SK온의 해외 투자 유치에는 국내 사모펀드인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도 한 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트브릿지는 설립 초부터 중동계 기관 투자가의 자금을 유치한 후 성공적으로 운용해 신뢰를 쌓아왔다.
국내에서 SK온 투자가 확정된 6500억원은 한국투자금융그룹이 앞장서 조달한다.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캐피탈, 동원시스템즈 등이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한투 계열 사모펀드인 한국투자 프라이빗에쿼티(PE)가 공제회와 은행 등 금융권 기관투자가를 모아 1000억 원의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했다. 한투증권은 또 개인 투자가들을 통해 1600억 원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할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한투PE와 이스트브릿지가 1조3000억원 조달에 성공하면서 내년에 시중 금리가 안정을 찾으면 SK온 투자를 검토했다 이번 프리IPO에 불참한 칼라일그룹과 MBK파트너스, 국내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이 미래 신사업과 ESG 투자처로 SK온 지분 투자를 재추진할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