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을 다룬 착한 예능’이라는 선입견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착한 예능’은 맞았으면서도 기대 이상의 재미였다. 편당 40분 내외의 분량인데 정효민 PD에 따르면 많이 덜어냈다고 하니, 넉넉한 미방 분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코리아 넘버원’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각 분야 넘버원들이 장인들을 만나 전통 노동을 체험하는 과정을 담은 신작이다. 유재석, 이광수, 김연경이 기와 만들기(장흥)부터 장 담그기(담양), 낙지 잡기(신안), 한산모시짜기(서천), 죽방 멸치 잡이(남해), 염색장 쪽빛(나주), 막걸리 빚기(부산), 나전칠기(원주)까지 전국을 돌며 전통 노동을 소개한다. JTBC ‘효리네 민박’, tvN ‘일로 만난 사이’를 만든 베테랑 정효민 PD와 신예 김인식 PD가 연출했다.
무엇보다 유재석, 이광수 그리고 이 둘의 익숙한 케미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김연경의 티키타카가 핵심 재미 포인트다. 작품의 중심을 잡는 유재석은 시종일관 쉬지 않는 토크와 장난기로 프로그램을 이끈다. 그는 단순히 진행자의 기능을 할 뿐 아니라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방송을 구현해가는 모습이다. 좋아하는 동생들과 무해하게 떠드는 콘셉트라는 프로그램의 톤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끊임없이 일을 못한다고 서로를 ‘디스’ 하지만, 8편까지 보고 나면 일도 제일 잘한다.
이광수는 그런 유재석과 어느덧 절친한 선후배이자 편안한 예능 파트너가 됐다. ‘런닝맨’, ‘더 존’에서도 보여줬던 이들의 케미스트리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이광수를 곁에 두고 놀리면서 즐거움을 숨기지 못하는 유재석과 유재석이 먼 선배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워하는 기색 없이 어이없어하거나 억울해하는 찰진 ‘타격감’의 이광수를 보고 있으면 유쾌하게 피식거릴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이광수는 ‘낙지 잡기’ 편에서 갯벌을 무대 삼아 맹활약한다.
김연경은 이광수와의 ‘닮은 꼴’ 콘셉트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동시에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유재석과 이광수가 김연경을 본격적으로 놀리기 시작하자 김연경은 이광수와 한 편이 돼 꼰대같이 구는 유재석에 반항하기도 하고, 이광수를 잘 따르며 평소엔 쉽게 볼 수 없던 막내미를 드러낸다. ‘막걸리’ 편에서 그는 “연경이가 막내니까 콜라 좀 사와라”, “삼겹살을 잘 못 자른다”라라 애정 어린 장난의 대상이 된다. ‘나전칠기’ 편에서도 그가 “광수 오빠, 우리 (저러지 말라고) 얘기하기로 했잖아”라고 불만을 토로하자 이광수가 “이따가”라고 근엄하게 답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촬영을 거듭하며 쌓이는 셋의 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관전 요소다. 서로에게 사줬던 감동적인 생일 선물이나, 전 축구 선수 박지성과의 인연 등 많은 에피소드가 곳곳에 담겼다.
영상미는 절제되고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새롭고 신비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김인식 PD의 말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전통 노동에 힙하고 트렌디한 색채를 더함으로써 말이다. 자막이 없는 것도 독특한 포인트다. 넷플릭스 예능 특성상 자막이 없는 만큼 기존 예능이 구사했던 호흡과는 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낯설지만 심심하기보단 덜 자극적이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느낌을 준다. 공개 이틀 반 만에 넷플릭스 TOP4로 진입한 이 ‘로컬 노동 버라이어티’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정주행을 강력히 권한다.
◆ 시식평 - 노동이란 소재를 빌어 만든 유쾌한 티키타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