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OTT다방] 결말을 알고 있을지라도 너를 선택할거야, 드니 빌뇌브 대표작 '컨택트'

지구에 도착한 외계 존재와 소통하기

감성적인 동시에 지적인 SF영화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영화 '컨택트' 스틸영화 '컨택트' 스틸






‘외계인’을 다룬 SF 영화가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음이 경이롭다.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는 ‘외계인’, ‘SF’라는 소재를 지금껏 보지 못한 방식으로 풀어가는 영화다. 그간의 SF 영화들이 과학 이론을 접목시켜 ‘우리가 모르는 저 너머’에 있는 존재들을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면, 이 영화는 과학 이론보다는 미지의 존재와 대화하는 언어학자를 전면에 내세운다. 지구에 도착한 외계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무엇이며 이 지구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의 메시지와 직결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영화 ‘컨택트’는 전쟁 이야기(‘그을린 사랑’)와 마약 조직을 추적하는 CIA 추리극(‘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에 이어 장대한 SF 고전(‘듄’)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바탕으로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준 감독 드니 빌뇌브의 대표작이다. 그가 테드 창의 SF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토대로 연출한 ‘컨택트’는 지적이고 독창적이다. 메시지도 훌륭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시각과 음향효과 역시 외계에 대한 상상력을 신비하게 구현해 내며 큰 인상을 준다. 이를 인정받아 제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향편집상을 받았다.

여기에 ‘힐빌리의 노래’, ‘바이스’, ‘아메리칸 허슬’, ‘마스터’ 등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선보여온 에이미 애덤스가 언어학자 역을 맡았다. ‘미션 임파서블’, ‘본’ 시리즈, ‘어벤져스’ 시리즈의 호크아이로 인상을 남긴 제레미 러너가 과학자로 출연해 호연을 펼친다.





12개의 외계 비행 물체(쉘)가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 상공에 등장한다. 미국의 웨버 대령(포레스트 휘태커)은 언어학 전문가 루이스 뱅크스 박사(에이미 애덤스)와 과학자 이안 도넬리(제레미 러너)를 통해 외계 비행 물체 ‘쉘’에 접촉하기 시작한다. 18시간마다 아래쪽에서 문이 열리는 쉘 내부의 통로를 지나면 외계인과 조우하는 신비로운 장면이 펼쳐진다. 루이스 박사와 과학자 이안은 서로의 가설을 세우며 그들의 언어 ‘헵타포드’를 해독하려는 과정에서 충돌을 빚기도 하지만, 이내 루이스의 방식이 옳았음이 밝혀진다. 하나둘씩 언어를 해독하며 외계와의 소통이 이뤄지고 루이스는 놀라운 비밀과 마주한다. 미국 정부는 외계 물체가 지구를 공격하러 왔다고 가정하고 이들이 온 이유를 밝혀내려 했지만, 그들이 온 진짜 이유는 전혀 다른 것이었음이 밝혀진다.

이 외계 생명체들은 지구를 멸망시키려 온 게 아니라 3000년 후 미래의 자신들에게 닥칠 위협에 도움을 구하러 온 것이었다. 이들은 언어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리고 루이스에게 언어를 통해 새로운 사고방식, 존재 방식을 알려준다. ‘언어는 사고방식에 영향을 준다’라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사피어 워프 가설(Sapir-Whorf hypothesis)’에 기반했다. 이 가설은 미국의 언어학자인 에드워드 사피어와 제자 벤저민 리 워프가 1920~1940년대에 걸쳐 완성했다. 가설에 따르면 우리가 쓰는 언어는 곧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언어는 우리의 시간관이나 존재양식에도 영향을 끼친다. 영화 속 ‘헵타포드어’는 우리의 언어와 다르다. 이들의 언어는 포용이자 동시성이다. 루이스가 ‘헵타포드’ 언어를 이해하면서 인간의 시간관이 아닌, 미래를 동시에 인식하는 그들의 시간관을 체험한다.





‘컨택트’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외계인과의 ‘교감’을 다룬다. 컨택트의 원제는 ‘Arrival’, 즉 도착이었다. 원제가 외계인이 지구에 도착한 것에 초점을 두었다면 번역된 제목은 연결과 교감에 좀 더 의미를 두었다. 영화의 강력한 마지막 한 방은 언어학자 루이스의 선택이다. 그가 오프닝 시퀀스에서 안고 있던 자신의 딸은 사실 영화의 시작이 아니라, 영화가 다 전개되고 난 이후의 일임이 드러난다. 루이스는 가정을 꾸려 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딸이 세상을 떠나고 남편까지 그를 떠나는 자신의 미래를 ‘헵타포드어’ 습득을 통해 봤던 것이다. 그런데 루이스는 자신에게 올 미래를 알면서도, 그럼에도 가정을 꾸리고 딸을 낳는 선택을 한다. 그만큼 자신에게 있어 그 행복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란 의미다.

혹자는 남편과 딸을 배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루이스의 선택은 가슴에 깊이 와닿는다. 영화 ‘체리향기’와 ‘이터널 선샤인’이 이야기하듯,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지나가다 길가의 체리 향기 한번 맡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고, 인정사정없이 싸우게 될 미래를 알면서도 지금 좋아서 만나는 것처럼. 설령 비극이 다가오더라도 루이스는 이를 맛보기 위한 선택을 한다. 훗날 다가올 모든 고통의 무게를 알면서도 현재의 아름다움이자 행복은 그만큼 값진 것이기에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루이스는 그렇게 삶으로 자신을 던진다. 화려한 액션보다는 섬세한 연출력으로 삶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으로 오랜 여운을 남긴다.

◆시식평 - 언어학자가 이끌어가는 SF. 결말을 알고도 그 삶을 선택한다는 것의 의미

+요약


감독: 드니 빌뇌브

장르: 드라마, SF, 스릴러

출연: 에이미 애덤스, 제레미 러너, 포레스트 휘태커 등

등급: 12세 관람가

국가: 미국

러닝타임: 116분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개봉: 2017.02.02.





볼 수 있는 곳: 왓챠, 쿠팡플레이


이지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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