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을 떠올린다면, 누구나 미성숙한 자신을 발견할 거다. 어른이 다 됐다고 믿지만, 연약하고 결핍으로 차 있다. '약한영웅 Class1'은 결핍을 지닌 다양한 캐릭터가 서로를 채워주고 우정을 쌓는 모습을 그리면서 그 결핍으로 인해 우정에 금이 가는 걸 보여준다. 이를 따라가는 인물의 감정선은 10대를 지나온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1'(극본 유수민/연출 유수민/이하 '약한영웅')은 상위 1% 모범생 시은(박지훈)이 처음으로 친구가 된 수호(최현욱), 범석(홍경)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나가는 과정을 그린 약한 소년의 강한 액션 성장 드라마다. 인생의 목표는 오직 공부와 성적인 시은. 그런 시은을 아니꼽게 본 영빈(김수겸)은 시험 중 몰래 그의 목에 마약을 붙인다. 분노한 시은은 영빈에게 주먹을 날리고, 영빈은 사촌 석대(신승호)에게 시은을 망가트려 달라고 부탁한다. 이를 본 수호와 범석이 석대를 저지하고, 이들은 점차 서로를 받아들이고 우정을 쌓는다.
'약한영웅'은 전반부와 후반부가 확연히 다른 작품이다. 친구가 된 세 인물 시은, 수호, 범석을 중심으로 전반부에 외부 세력에 의한 갈등이 부각된다. 영빈 무리, 길수 패밀리에 맞서면서 한층 단단해지는 친구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거다. 후반부로 갈수록 친구들 내부 갈등이 이어진다. 항상 존재감이 작았던 범석이 시은과 수호에게 열등감을 표출하면서 이들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데, 범석을 바라보는 시은과 수호의 시선 차이가 세심하게 표현된다.
양면성을 지닌 각각의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시은은 공부밖에 모르는 모범생이면서 동시에 폭력적이다. 공부에 매진하다가도 자신을 방해하는 인물이 생기면 가차 없이 폭력을 휘두룬다. 수호는 항상 유쾌하게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이지만, 누군가가 자신이 쳐 놓은 선을 넘었다고 판단하면 차가워진다. 가장 소심한 범석은 아이러니하게 친구들 중 가장 대범하다. 길수 패밀리에게 돈을 주기 위해 아버지의 시계를 훔치고, 격투기 선수를 매수해 수호에게 폭력을 행사하도록 만든다.
이런 양면성은 캐릭터가 지닌 결핍에서 비롯된다. 시은은 부모의 이혼과 무관심으로 늘 외롭다. 시은이 이토록 공부와 성적에 집착하게 된 이유도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수호는 소년 가장으로 아픈 할머니를 부양해야 되는 짐을 지고 있다. 학생으로 누려야 될 생활은 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범석은 가장 결핍이 많은 인물이다. 공개 입양된 아이로 집 안에서는 가정 폭력을 당하고, 전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한다. 각자 결핍이 있는 캐릭터지만, 함께할 때 서로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10대의 미성숙함도 여실히 드러난다. 10대에게 또래집단과 우정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기 마련이다. 또래집단에 속하고 싶은 마음, 또래 중 잘나가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큰 시기다. 이렇게 한 방향으로 집중된 시선은 다른 시야를 가려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낸 인물이 범석이다. 수호와 시은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길 원하는 범석은 삐뚤어져 비행을 일삼는다.
'약한영웅'이 다루고 있는 10대 비행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것처럼 사실적이고, 위태롭다. 마약, 도박, 가출, 사체 등이 등장한다. 극중 길수 패밀리가 가출 청소년을 모아 마약 운반을 시키고,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청소년이 결국 사체까지 손대게 만든다. 어른들이 쳐 놓은 덫이 얼마나 위험한지, 여기에 빠지게 되는 10대들이 얼마나 암울한 결말을 맞는지가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분명 스릴러물이 아닌데 긴장감이 넘친다. 이는 세련된 연출이 주는 힘이다.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이 빠른 속도로 진행돼 몰입감을 부른다. 또 인물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장면들은 진득하고, 강렬한 눈빛은 휘몰아치듯 화면에 담긴다. 묵직한 액션은 타격감 있게 펼쳐져, 마치 그 자리에 있는 듯 긴장되게 만든다.
배우들의 연기는 놀라울 정도다. 극을 이끄는 박지훈은 특유의 아련한 눈빛으로 감정을 온전히 전달한다. 백 마디 말보다 하나의 눈빛으로 압도하고, 친구를 만나며 성장하는 시은의 모습을 내밀하게 그린다. 최현욱은 수호처럼 자유롭다. 화면 안에서 누구보다 자유롭게 움직여 날 것처럼 보이다가도 디테일한 설정으로 중심을 잡는다. 디테일의 끝은 홍경이다. 주눅이 든 범석의 얼굴을 목소리 톤, 자세, 눈빛으로 만든다. 작품은 한마디로 신예들의 반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박지훈, 최현욱, 홍경을 발견한 것만으로 의미가 깊다.
◆시식평: 우리는 모두 시은, 수호, 범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