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상장폐지로 자본시장이 시끄럽다. 암호화폐상장(ICO) 광풍이 불었던 게 불과 얼마 전이었지만 벌써 상장폐지로 암호화폐 시장이 흔들리는 것 같다. 거래소 측은 발행사가 계속 유통량을 사실과 다르게 알려 혼란을 키웠다고 주장한다. 16차례에 걸쳐 소명 요청을 했으나 그때마다 유통량을 달리해 제출했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등 투자자 보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발행사는 소명을 넘어 충분히 증명까지 했는데도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라는 법적 무권한자의 결정으로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반박한다.
상장 주식에 대한 상장폐지 절차는 매우 엄격하다. 한국거래소는 대주주가 횡령을 했어도 횡령의 재무적 영향을 살펴 상장폐지를 결정한다. 횡령의 정도가 크더라도 대주주가 신뢰할 자로 변경이 되고 충분한 자본 확충이 되는 때는 상장 유지를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공시 위반에 대해서도 바로 상장폐지를 결정하지 않는다. 벌점·제재금을 부과하고 일정 수준 이상 돼야 비로소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또 해소 여부 등에 대해 충분히 심사한 후 최종적으로 상장폐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위원회도 여러 번 열고 당사자들의 소명 기회도 어느 정도 부여된다. ‘연성적 상장폐지’ 제도라기보다는 ‘경성적 상장폐지’ 제도라 생각된다. 반면 디지털자산 상장폐지는 상장폐지 사유가 구체적으로 규율되거나 상장폐지까지 이르는 과정 내지 절차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거래소와의 심각한 소통 부재를 토로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물론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발의돼 국회 심사를 받고 있는 암호화폐 시장과 자본시장법에 의해 법률적 규율을 받고 있는 상장 주식시장은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암호화폐 시장이 글로벌 시장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암호화폐 상장폐지는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글로벌 경영 전략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규모는 4300조 원 수준이고 국내 시장규모도 300조 원을 돌파했다.
상장폐지로 발생할 투자자들의 재산권 침해도 고려해야 한다. 암호화폐는 주식처럼 환금성 여부가 사실상 가치를 좌우하는 공통점이 있다. 상장폐지 이후 재산의 가치는 제로와 다름없다. 상장 적격성이라는 면을 강조해 본다면 연성적 상장폐지가 타당할 것이나 한국거래소가 경성적 상장폐지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투자자 보호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나라 주식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사태가 다른 디지털자산에서도 발생할 경우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한 신뢰는 붕괴할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공시주의가 경성적 상장폐지 제도를 보완하듯이 암호화폐 시장도 연성적 상장폐지가 아닌 공시주의와 경성적 상장폐지 제도의 결합이 필요해 보인다. 디지털자산기본법안에서도 거래소에 대한 규율 부분은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