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프렌치쿼터






미국 남부의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로 떠나는 여행자들은 어김없이 ‘프렌치쿼터’를 찾는다. 유럽의 옛 풍경이 많이 남아 있는 미국의 관광지이기 때문이다. 18세기 초 프랑스의 식민지로 건설된 뉴올리언스의 도심지였지만 지금은 역사를 품은 구 도심지 역할을 한다. 시내를 관통하는 미시시피강 하류 북쪽에 접해 있다. 루이지애나는 스페인과 프랑스가 번갈아 식민지로 삼았던 곳으로 나폴레옹 1세 집권 시절 프랑스로부터 미국에 매각됐다. 이름도 식민지 지배 당시 국왕이었던 루이 14세의 이름을 따 지어졌다. 뉴올리언스도 잔 다르크가 무공을 세운 오를레앙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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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더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곳이 세계 재즈 음악의 고향이라는 점이다. 17세기 말부터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들과 그 자손들이 유럽의 멜로디·하모니에 아프리카 음악의 감각을 녹여 거대한 음악 장르를 만들어냈다. 중심가인 버번 스트리트 양쪽에는 유명한 재즈 클럽과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루이 암스트롱과 빅스 바이더벡 등 전설적인 뮤지션들이 탄생한 곳이다. 특히 재즈 클럽의 하나인 프리저베이션홀은 ‘재즈의 성지’로 불린다. 250여 년 전 지어진 건물 속에서 지금도 재즈의 달인들이 인생과 영혼을 노래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위해 만찬 자리에 뉴올리언스 출신의 재즈 가수 존 배티스트를 초대했다. 그래미상 5관왕 수상 뮤지션이다. 만찬장을 프랑스 국기 색으로 꾸미고 프랑스가 미국에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을 모티브로 한 촛대, 프랑스산 샴페인 잔과 랍스터 등으로 극진히 예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환대에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미국과 프랑스·유럽연합(EU) 간의 갈등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 등의 가치를 공유한 동맹이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 줄다리기를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신냉전·블록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자국 우선주의도 강화되고 있다. 우리도 가치 동맹으로 중심을 잡되 국익을 위해 섬세하고 정교한 실용 외교를 펼쳐나가야 할 때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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