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전주에 해외 유수의 자산운용기관 등을 유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날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 행복연금관 연금홀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주가 국내 금융기관 유치에 뛰어들면 서울·부산 같은 대도시는 전주를 같은 파이를 나눠 먹는 경쟁자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같이 강조했다.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북 지역에서는 전주를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에 포함되어 있다. 다만 기존 금융중심지인 서울, 부산 등과 역할이 중복된다는 반론이 일면서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전주에는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과 뉴욕멜론은행 등 수탁은행이 사무실을 낸 바 있다. 수탁은행은 기관투자자의 자산을 보관하면서 24시간 자금을 결제하는 지원 업무를 한다. 다만 본격적으로 투자 활동을 하는 글로벌 금융기관이 전주에 자리 잡은 사례는 없다.
그는 이어 “전주를 중심으로 한 국제금융컨퍼런스나 세미나, 설명회 등 금융활동을 해야 인포메이션(정보) 허브(중심지)가 축적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전주로 이전한 후 투자 담당 조직인 기금운용본부를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 정보에서 소외된다거나, 우수한 인력이 이탈한다는 우려가 높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금운용본부 인력의 서울 근무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내는 등 관료 출신인 그는 국민연금 기금 고갈 우려와 연금개혁 등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재확인했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재정 안정성을 도모하겠다면서도 "기금이 소진되면 적립식에서 부과식으로 변환된다"며 "모자라는 부분은 국가가 메워주는 식으로 연금을 지급한다. (국민이) 연금을 못 받는 상황을 국가가 내버려 두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연금개혁 방향 관련해서는 "연금 지급 연령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젊은 세대와 미래 세대 사이 형평성 등을 고려한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마이너스 기금운용 수익률에 관해 "국제 시장 충격으로 국내 주식과 채권, 해외주식 등이 마이너스였다"며 "여러 경험을 통해 투자를 다변화하고 자산운용도 유연하게 할 것"이라면서도 미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해외 주요 연기금과 비교해 양호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9월 말까지 누적 운용 수익률이 -7.0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중 국내 주식에선 -25.5%의 수익률을 보여 41조 원의 손실을 봤다.
같은 기간 노르웨이국부펀드(GPFG)는 -18.2%·네덜란드연기금(ABP)은 16.6%·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6.8%, 미국캘리포니아주공무원연금은(CalPERS)-15.9%의 손실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