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의 고위 관료들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보조금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 해소를 위해 마주 앉았으나 구체적 해법은 도출하지 못했다. EU가 미국을 상대로 올해 내 IRA의 조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논의에 속도가 붙을 지 주목된다.
미국과 EU는 5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메릴랜드대학교에서 열린 무역기술위원회(TTC) 회의 뒤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EU의 우려를 인지하며 이 문제를 건설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약속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날 실질적인 조정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태스크포스(TF) 차원의 논의에서 '초기적(preliminary)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산업 등에 4,3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미국의 IRA가 차별적이라고 주장하며 올해 내에 법안 수정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와 관련 "여러분도 들은 대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강화키로 했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효과·효율적으로 하고 있으며, 오늘도 그 논의를 진전시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오늘 전기차 세액 공제, 상용차 세액 공제, 핵심 광물, 공급망 등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밝힌 대로 차이점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의 모멘텀을 계속 만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나 러몬드 미 상무장관도 “미국과 유럽이 반도체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위해 보조금과 수출통제 문제 등과 관련해 긴밀히 논의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미국과 EU가 IRA가 본격 시행되는 내년 이전에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배터리 등 EU산 제품이 미국 IRA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측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3차 TTC 회의에는 미국 측에서는 블링컨 국무부 장관, 러몬도 상무부 장관,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EU측에서는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 수석부위원장,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TTC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의 경제적 유대를 심화시키기 위해 출범시킨 장관급 협의체로, 트럼프 행정부 시절 훼손된 미국과 EU간 대서양 동맹을 회복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