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컴활 자격증 따면 100만원"…'묻지마 지원'에 年500억 교육예산 줄줄

■ 고졸취업 지원사업 실효성 의문

실 취득비용 대비 과다 지원금에

합격 쉬운 시험만 골라 응시하기도

자격증은 응시료 포함 실비 지원

전문강사 초빙 등 실질적 도움을

자료=교육부자료=교육부






교육부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을 위해 자격증 취득 시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 중인 가운데 교육 현장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대비 지원금이 너무 많은 데다 취업과 무관한 자격증을 따고 지원금이 지급되는 등 예산이 ‘묻지 마’식으로 집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지난해 8월부터 ‘고졸 취업 희망자 역량 강화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직업계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자격증을 취득하면 각 지역 교육청 예산과 합쳐 지원금 50만 원을 지급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1~3학년 모두에게 최대 100만 원씩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예산도 늘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관련 예산은 2021년 120억 원에서 1년 만에 500억 원 규모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직업계고 취업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로 등교일 감소, 실습 시간 부족 등으로 기능사 등 자격시험 합격률마저 떨어지자 자격증 취득을 장려하기 위해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학생들은 컴퓨터활용능력이나 전기기사 등 국가에서 공인한 자격증을 취득하면 본인 또는 보호자 계좌로 최대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지원금이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너무 많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검정형 국가기술자격 접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응시료는 약 2만 2000원 선이다. 필기와 실기 시험의 응시료가 10만 원이 넘는 종목은 전체 546개 중 10%도 되지 않는다. 한 특성화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김 모(55) 씨는 “실습이 포함된 자격증이면 재료비나 강의료 등으로 비용이 많이 들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책값까지 다 포함해서 20만 원 정도면 시험을 통과하는 것 같다”며 “자격증 취득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취지는 찬성하지만 100만 원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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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도 교육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취업과 무관한 자격증까지 따고 지원금을 신청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장 모(18) 씨는 “공부를 잘하거나 일찍부터 관심 분야로 진로를 준비한 친구들은 1~2학년 때 필요한 자격증을 다 따놓은 경우가 많은데 지원금은 올해 자격증을 딴 경우에만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친구들 대부분이 돈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따기 쉬운 자격증만 골라서 시험을 치고 100만 원씩 받는 것 같다”고 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자격증을 많이 따도록 유인하기 위해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올해는 이 유인책을 강화하기 위해 금액을 5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자격증 취득을 독려하기 위해 응시료나 책값·재료비 등 실비를 지원하는 한편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다른 지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방의 한 마이스터고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취업하려면 역량 강화가 중요한데 요즘 개발자 등 현직 강사들의 몸값이 워낙 높아 강의 비용 때문에 섭외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전문 강사를 초빙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등 교육부 차원의 예산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마이스터고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교사도 “지방은 개발자, 게임 산업계에 근무하는 현직자를 강사로 데려와 수업을 진행하는 게 어렵다”며 “현직에 있는 전문가가 학생들에게 지식을 나눠주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역할이 크기 때문에 관련 지원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남명 기자·강도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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