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송파구 송리단길에 위치한 BBQ 매장.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오픈형 주방에서는 치킨만 조리 되는 게 아니었다. 화덕에서는 피자가, 오븐에서는 빵이 갓 구워지는 냄새가 솔솔 베어 나왔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커피 향이 진하게 전해졌다. 일반적인 ‘치킨 가게’와는 분위기도, 인테리어도 완전히 달랐다. 국내 치킨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 제너시스 BBQ가 ‘복합 외식 공간으로의 탈바꿈’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은 이날 이곳에서 기자들과 만나 "복합 외식공간인 빌리지를 가맹 모델로도 확장해나갈 계획으로, 해외의 경우 지난달 문을 연 필리핀 보니파시오점에 적용했고, 앞으로 비슷한 형태로 출점할 것"이라며 “가맹점에 빌리지 모델을 적용하면 가맹점주의 수익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너시스BBQ에 따르면 윤 회장이 직접 방문해 구석 구석 돌아본 이 매장은 프리미엄 플래그십 매장인 'BBQ 빌리지' 1호점이다. 석촌호수 인근 데이트 명소인 송리단길은 인근에 카페와 맛집이 즐비해 20~30대가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이 곳에서 BBQ는 복합 외식공간 운영을 처음으로 시도한다. 메뉴는 치킨 외에 브런치와 베이커리, 커피, 화덕피자 등 총 190여 종으로 구성됐다. 전문 파티쉐가 직접 매장에서 빵을 굽고, 오후 3시 이후에는 피자·랍스터·파스타 등을 모두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디너 코스 메뉴를 운영할 예정이다. 주문이 저녁에 몰리는 치킨 특성상 상대적으로 한가한 낮에는 커피와 브런치를 판매하며 추가적인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새로운 도전은 제네시스 BBQ에게만 과제가 아니다. 시장 1위 교촌에프앤비는 수제맥주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자체 연구소인 식품과학연구원을 통해 다양한 바이오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유산균과 기능성 식품에 이어 지난해부터 올해 11월까지 경북산업용헴프(대마) 규제자유특구에 참여해 당뇨와 비만 개선 효과 등을 실험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향후 바이오 소재와 건강기능식품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고 있다.
bhc그룹은 단순 치킨 업체를 벗어나 종합 외식기업 도약을 목표로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창고43, 큰맘할매순대국 등에 이어 지난해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인 아웃백을 품으며 올해 연매출 1조 원을 넘보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프리미엄 수제버거인 '슈퍼두퍼'를 국내에 들여오면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bhc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강남역 상권에서 하루 평균 1400여 개의 버거를 판매하며 시장 안착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치킨 업계의 신사업 발굴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 포화 탓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치킨 가맹점 신규 개점 수 는 5339개로 2019년의 3945개보다 35% 증가했다. 코로나19 배달 특수에 창업이 반짝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 특수가 사라지면 치킨 시장도 성장세가 꺾일 수밖에 없다"며 "닭고기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