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에 세력 다툼까지 더해지며 타이어 업계 노동조합의 투쟁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매출이 꺾이며 피해가 불어나자 생산량을 줄이거나 국내 공장 물량을 해외로 넘기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완성차 생산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동계 ‘동투(冬鬪)’로 인한 국내 타이어 3사의 피해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제품 출하가 중단되자 이날부터 광주와 곡성공장의 추가 감산에 돌입했다. 이미 1일부터 하루 생산량을 평시 대비 70%로 줄였지만 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30% 수준까지 재차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3만 3000본 규모이던 광주공장의 하루 생산량은 이날부터 8000본으로 줄었다. 3만 2000본을 만들던 곡성공장 역시 생산량이 1만 본으로 내려앉았다.
금호타이어는 평택공장을 포함해 3개 공장에서 하루 평균 9만 본의 타이어를 출하했지만 현재는 출하량이 10%까지 급감했다. 공장 내부에 생산이 끝난 제품을 쌓아두곤 있지만 보관 공간이 포화상태라 감산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수출 물량 출하에도 차질이 발생하며 매출 전반에 타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넥센타이어(002350) 역시 수출 물량을 부산신항에 반입하지 못하며 양산과 창녕공장의 제품 출하에 애를 먹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화물연대 파업에 임금교섭을 둘러싼 민주노총 산하 1노조의 파업까지 더해지며 진통을 겪고 있다. 1노조는 이날 2000여 명의 조합원이 8시간 동안 업무를 중단하는 총파업에 나섰다. 8~10일에는 6시간 이상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1노조는 이미 교섭을 타결한 한국노총 산하 2노조보다 유리한 임금 조건을 받아내기 위해 5개월 넘게 게릴라성 파업을 이어왔다. 2노조와의 합의안보다 기본급을 0.6% 추가 인상하고 성과급을 200만 원 더 지급하라는 것이 주된 요구다. 업계에서는 1노조가 2노조보다 나은 조건을 확보해야 민주노총의 세력 확장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임금교섭을 내세워 사실상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해석한다.
계속되는 파업에 한국타이어가 떠안은 손실만 해도 5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측은 추가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금산공장 생산 물량 일부를 중국 공장으로 임시 이관했고 내년도 국내 생산량을 감축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장기화하자 일각에선 노조가 완성차 공급망에 타격을 주기 위해 타이어 업계를 인질로 삼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동차 산업은 부품 한 개만 없어도 생산이 멈추는 만큼 최후의 수단으로 신차용 타이어(OE) 납품을 막아 산업 현장의 혼란을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하거나 노조가 OE 공급을 막아버리면 완성차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가 시멘트 업계뿐 아니라 자동차 업계에도 관심을 갖고 업무개시명령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