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시장에 세찬 한파가 몰아치면서 분양 사업 시행자들이 이미 계약까지 완료된 단지의 분양을 취소하는 방안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분양가와 인근 단지 시세 사이에 역전 현상이 벌어지자 수분양자들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사례에 이어 시행사가 계약자를 상대로 취소를 유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8일 분양 업계와 인천 미추홀구청에 따르면 미추홀구 도화동 ‘서희 스타힐스 더 도화’의 사업 시행사 유성티엔에스와 시공사 서희건설은 이 단지의 입주자모집공고를 취소하고 분양 공급 계약을 전면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희 스타힐스 더 도화는 올해 7월 분양한 단지로 당시 144가구에 대한 청약 접수를 받았다. 특별공급에서는 5가구가 미달됐고 본 청약에서 73가구 공급에 249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3.4 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 공급 물량 중 72.2%에 달하는 104가구가 미계약 또는 부적격 당첨 등의 이유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아 8월 무순위 청약을 실시했다. 무순위 청약에서도 104가구 모집에 15명만이 지원해 미분양 물량이 다량 발생, 9월 초부터는 선착순 분양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사업 시행자와 시공사 측은 분양 계약을 전면 취소하고 계약금 전부와 합의금을 수분양자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분양자 전체의 동의를 얻은 뒤 관할 구청인 인천 미추홀구청을 통해 입주자모집공고의 취소 승인 고시를 받아 수분양자의 청약통장 내 당첨 사실을 삭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미추홀구청 관계자는 8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두세 달 전 사업 시행자 측에서 미분양 문제로 찾아와 입주자모집공고 취소와 분양 계약 취소 방안을 문의했다”며 “아직까지 수분양자와의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시행자가 분양 계약 취소를 검토하는 사례는 이달 초 전남 광양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 한국자산개발이 시행한 전남 광양시 마동 ‘더샵 광양라크포엠’은 계약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입주자 모집 취소 및 분양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 단지는 올해 10월 본 청약에서 898가구 모집에 530명이 지원해 분양 과정에서부터 미분양 물량이 상당수 발생했다. 여기에다 다수의 당첨자가 계약까지 하지 않자 아예 분양을 취소하고 추후 다시 분양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자산개발 측은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분양 시장이 위축되고 있어 공사는 진행하되 입주자모집공고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며 “분양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시점에 분양을 재개할 계획이나 정확한 분양 재개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의 준공 예정일은 2025년 11월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부동산 시장 상승 국면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했던 다수의 시행사와 시공사가 최근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관심이 쏠렸던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청약 결과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단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