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연임이 무산되면서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도 대거 교체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온다. 최근 금융 당국이 CEO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의 책임 있는 역할을 당부한 데다 CEO들의 ‘셀프 연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라임펀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금융 당국의 압박이 신호탄이었다면 3연임에 무게가 실렸던 조 회장의 용퇴는 금융지주 회장들의 퇴진과 세대교체 바람을 거세게 몰고 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 CEO 가운데 조만간 임기 만료를 앞둔 인물은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올해 12월)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내년 3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내년 11월)이다. CEO의 임기 만료가 임박한 NH농협금융은 손병환 회장의 연임보다는 ‘교체’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등 관료 출신 인사가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금융권의 가장 큰 관심은 우리금융의 차기 CEO다. 손태승 회장의 경우 최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700억 원대 횡령 사고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으면서 교체될 가능성이 있는 CEO로 거론된다. 특히 ‘관치 논란’을 무릅쓰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힐 정도로 각종 금융 사고와 관련해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효력 집행 정지 가처분과 행정소송 등으로 연임 행보를 이어온 CEO들에게는 일종의 경고로 해석됐다. 윤 회장도 아직 임기가 1년 가까이 남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금융지주 회장들이 교체되는 상황에서 편안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 인사와 관련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지만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 연임’은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면서 “(금융지주) 회장이 막강한 권한만 가진 채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은 올바르지 않아 잘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