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일몰 폐지를 목표로 16일간 집단 운송 거부에 나섰던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가 ‘일몰 3년 연장’도 얻어내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불합리한 의사 결정 구조 등도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9일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을 3년 연장하는 안을 단독 의결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기사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를 어긴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그동안 화물연대와 야당은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를 주장해왔지만 집단 운송 거부로 여론이 악화하자 정부 여당이 지난달 제시했던 ‘3년 연장안’을 수용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이상 야당 법안이 일몰 전까지 국회 문턱을 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법안의 안건 상정을 미룰 수 있어서다. 법사위로 간 법안이 60일 이상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되지만 그때는 이미 안전운임제가 일몰(올 12월 말)을 맞아 폐지된 뒤다.
정부는 일단 화물연대와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16일간 집단 운송 거부에 대한 일종의 ‘청구서’로 안전운임제를 대폭 손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정부를 곤란하게 하는 화물연대의 파업에 웃음을 숨기지 못했던 민주당이 중재랍시고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을 오늘 국토위에서 단독 통과시켰다”며 “민주당은 화물연대 비위 맞추듯 이미 효력을 상실된 안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화물 운송 시장의 발전을 위한 보다 근원적인 법안 마련에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했다.
화주 측이 요구했던 안전운임제의 불합리한 의사 결정 구조 등이 논의될 수 있다. 최저임금처럼 매년 안전운임을 결정하는 안전운임위원회는 화물차주 대표 3명, 운수 사업자 대표 3명, 화주 대표 3명, 공익 대표 4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운수 사업자와 화물차주 모두 운임을 인상하는 데 이해관계가 일치해 화주 측 의견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화주 측은 이에 따라 각종 불합리한 부대 조항 등이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전운임제 존폐 자체를 재논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수상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안전운임제의 안전 개선 효과와 근로 개선 효과 등을 종합 고려해서 논의해야 한다”며 “화물 운송 시장이 다단계 구조 등으로 많이 왜곡돼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해 화물차주들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몫을 늘리는 방안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도 계속된다. 국토부는 전날 시멘트 분야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화물차주 1명이 운송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추가 확인돼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화물연대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계속 조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