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추진 중인 90조 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저지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이에 올 1월 발표된 테크 업계의 최대 딜은 성사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FTC는 8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MS가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를 통해 독립 게임 제작사를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급성장하는 게임 시장의 경쟁에 해를 끼치는 것을 저지하고자 한다”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액티비전블리자드는 캔디크러시·콜오브듀티·오버워치 등 대작 비디오게임의 지식재산권(IP)을 소유한 게임사다.
FTC는 MS가 인수를 통해 이처럼 강력한 IP를 확보할 경우 IP를 독점해 경쟁사에 게임을 제공하지 않거나 가격을 높여 경쟁을 저해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일반 소비자의 피해를 초래할 것으로 봤다. 콘솔 게임 구독 서비스 ‘엑스박스(Xbox)’를 보유한 MS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하면 단숨에 중국의 텐센트, 일본의 소니를 잇는 매출 기준 세계 3위의 게임사로 등극하게 된다.
홀리 베도바 FTC 경쟁국장은 “MS는 이미 경쟁사에 독점 IP를 제공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며 지난해 게임사 제니맥스미디어의 모회사인 베네스다를 인수한 뒤 경쟁사에 게임 제공을 거부한 점을 언급했다. 또 “MS가 콜오브듀티 같은 블록버스터 게임을 이용해 경쟁사로부터 이용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FTC는 이어 MS가 콘솔 게임의 생태계뿐 아니라 구독형 게임 및 클라우드 게임 생태계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FTC가 인수 저지를 위한 소송에 나서면서 MS는 20여 년 만에 미 정부를 상대로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됐다. 1998년 미 법무부는 MS의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에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해 MS의 사업구조 변경 등을 이끌어낸 바 있다. 현재 MS는 규제 당국에 의해 거래가 중단될 경우 위약금 30억 달러(약 4조 원)를 지불하기로 하는 등 법정 다툼에 대비해 강수를 내걸고 있다.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MS는 법적 다툼을 받아들이고 법정에 우리의 인수 취지를 전할 것”이라며 “M&A 발표 첫날부터 경쟁사의 우려를 덜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