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다. 언젠가부터 ‘건물주’는 많은 사람들의 꿈이자 인생 목표가 되었다. 하지만 그 꿈을 실현하는 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최근처럼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시기에 과감한 투자는 더욱 불안하다.
그렇다고 투자를 멈출 수는 없다. 올해 시장에서는 이런 투자자들의 욕망과 세태를 적절하게 반영한 ‘조각투자’가 크게 유행했다. 조각투자 플랫폼도 우후죽순 등장했다. 루센트블록도 그 중 하나다. 루센트블록은 ‘모든 이에게 소유의 기회를’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지난 4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SOU)’를 출시했다. 조각투자라는 사업 기본 방향은 같지만 철학은 다르다.
최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루센트블록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부동산을 소유하면 느낄 수 있는 가치 이상으로 소비자·투자자·임차인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부동산 조각투자, 리츠와의 차이점은?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부동산 조각투자는 2명 이상의 투자자가 하나의 건물에 투자해서 지분을 나눠 갖고 그 지분만큼 수익을 얻는 투자 방법이다.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고가의 부동산을 조금이나마 가질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투자자들은 부동산 조각투자를 통해 임대 수익, 매각 차익, 시세 차익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임대 수익은 건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을 매달 지급받는 배당금을 말하고, 매각 차익은 건물이 매각될 시 건물의 가치 상승분 만큼 지급되는 수익, 시세 차익은 시세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수익을 의미한다. 부동산 증권거래소로서 쪼갠 부동산을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는 유동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런데 흔히들 부동산 조각투자를 리츠(REITs)와 동일한 것으로 오해하곤 한다. 부동산 투자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배당받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라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 리츠는 부동산 투자회사가 5~10채 정도의 건물을 소유하고 그 회사를 유가증권에 상장한 뒤 투자자들이 회사에 대한 지분을 쪼개어 나눠 갖는 구조다. 법인에 투자하는 것으로, 부동산보다는 회사를 보고 투자한다는 의미다. 반면 부동산 조각투자는 개별 부동산에 투자한다. 회사보다는 건물이 중요하다. 허 대표는 “내가 아는 건물, 내가 갖고 싶은 건물처럼 단일 건물을 사고파는 서비스를 통해 리츠와 다른 차별점을 주고 싶었다”며 “코스피에 상장됐는지 아니면 당사 서비스에 상장됐는지 하는 구조적인 차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루센트블록은 다른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과 달리 투자자에게 상장 건물과 관련한 추가 혜택을 제공한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인기 햄버거 프랜차이즈 ‘다운타우너’ 건물의 고액 투자자에게는 다운타우너 전 매장 10% 할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비건카페 새비지가든의 투자자 전원에게는 상시 10% 할인이 대표적이다. 투자자가 건물 내 임차인의 사업에 참여하는 셈이다. 허 대표는 “소비자인 투자자와 건물주는 다른 입장이다. 하지만 소유를 통해 건물주만 누릴 수 있었던 할인, 음료제공, 원두 구독과 같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투자와 혜택을 동시에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분명하다. 현재 상장을 마친 1호 안국 다운타우너와 2호 이태원 새비지가든은 모두 5000원이라는 공모가에 못 미치는 가격을 기록하며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모습이다. 이에 허 대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모가를 하회하는 현 상황을 설명했다.
“첫 번째는 금리 인상 때문이에요. 안국 다운타우너를 공모했을 때는 금리 인상에 대한 여러 가지 압박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최근 미 연준의 금리인상 등으로 인한 분위기와 2호 공모를 진행하면서 현금이 필요한 사람들, 시장에 대해 두려움이 있는 분들도 생기면서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같은 경우에는 주가가 회복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가가 빠졌지만 공시지가는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까 주가가 낮게 형성될 수도 있어요.”
“두 번째는 상장가에 대한 부분인데,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실제 건물 가치를 판단합니다. 두 개 이상의 외부 감정평가 업체를 통해서 가치를 판단 받고 있는데요. 가치 판단이 끝나면 실사를 하고, 실사가 끝나면 상장위원회를 열고 그걸 기반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수리받는 등의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상장 건물 고르는 기준 ‘안전성과 소유욕’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말처럼 경제 상황에 따라 상장 건물 고르는 기준이 다르다는 허 대표. 그럼에도 그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의 안전성·소유욕’이라는 2가지 불변의 원칙하에 상장 건물을 선정한다.
“수익 확보를 위해 투자의 안전성이 중요한데, 금융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해야 수익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해, 수익률이 나쁘면 안전하지 않고 좋은 상품이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리고 건물을 선정하는 데 있어 ‘내가 갖고 싶은 건물이냐’라는 것도 굉장히 큽니다. 단일 건물에 투자하다 보니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루센트블록은 해외 진출 계획도 갖고 있다. 가장 눈여겨보는 지역은 인도네시아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2억 7550만 명)가 많다. 출산율도 2020년 기준 2.2를 기록하는 등 인구가 계속 증가할 전망이어서 그만큼 잠재력도 높다. 허 대표는 “제프 베이조스가 말했던 것처럼 여러 가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지금은 아주 극단적으로 장기적 계획만 세우고 있다”며 “인도네시아는 좋은 파트너사를 비롯해 생각보다 엄청 많은 기회가 있는 땅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허 대표는 부동산 조각투자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해소하고 싶다고 밝혔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상인들이 쫓겨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는 “부동산 조각투자 자체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온전히 해소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다만 건물을 임차해서 운영하고 있는 임차인도 건물의 일부를 소유할 수 있고, 추후에 건물을 매각하게 되면 스스로 창출한 상권의 활성화와 지가 상승의 수익을 누릴 수 있게 된다”며 “이처럼 임차인, 건물주, 방문객의 상생에 주목해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