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우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내년에 더 잘하라고 하늘이 준 선물이라 믿고 더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3시즌 개막전 우승을 차지한 박지영(26·한국토지신탁)이 이 같이 소감을 밝혔다.
박지영은 11일 싱가포르의 타나메라CC 탬피니스 코스(파72)에서 열릴 예정이던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총상금 110만 싱가포르달러) 최종 3라운드가 악천후로 취소되면서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1라운드를 1타 차 공동 3위로 시작한 박지영은 전날 2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쳐 합계 11언더파 133타로 1타 차 단독 선두에 올랐고, 이날 대회가 마무리됨에 따라 순위가 그대로 굳어졌다. 박현경(22)과 이소영(26), 홍정민(20·이상 10언더파) 3명이 1타 차 공동 2위다.
이로써 박지영은 올 4월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제패 이후 8개월 만에 투어 통산 승수를 5승으로 늘렸다. 2018년 12월에 베트남에서 열린 2019시즌 개막전 효성 챔피언십에 이어 두 번째 동남아시아 대회 우승을 차지한 그는 2023시즌 상금왕과 대상 등 타이틀 경쟁에서 든든한 밑천을 마련했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2억 원에 가까운 19만 8000싱가포르달러다.
박지영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샷과 퍼트 감이 좋아 괜찮은 성적을 기대했지만 운이 따라줘 우승까지 하게 돼 기쁘다”면서 “(2라운드까지 강자들이 상위권에 많이 몰렸지만) 오늘 버스로 대회장에 도착할 때까지 ‘한 해의 마지막 라운드니까 후회 없는 경기, 미련 남지 않는 경기만 하자’고 다짐했다”고 돌아봤다. 2라운드에서 초반 위기 상황을 잘 넘긴 뒤 후반 3~5번 홀 3연속 버디를 했을 때가 가장 짜릿했다는 그는 “마지막 9번 홀(파4)에서 1m 조금 넘는 거리지만 브레이크가 까다로웠던 파 퍼트를 넣은 게 결과적으로 오늘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며 활짝 웃었다. 통산 5승 중 2승을 동남아에서 거둔 박지영은 “음식이 너무나 잘 맞고 추위보다는 따뜻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몸이 잘 풀리고 볼도 잘 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16일부터 베트남에서 열리는 2023시즌 두 번째 대회에는 나가지 않을 계획이다.
박지영은 2022시즌 그린 적중률 2위(78.5%)의 아이언 샷을 앞세워 평균 타수 4위, 상금 랭킹 8위에 올랐다. 1승을 미리 저축해둔 2023시즌 목표에 대해 “한 번도 다승을 해본 시즌이 없어서 2승 이상을 이루고 싶고, 평균 타수 1위도 꼭 하고 싶다”고 밝힌 그는 “동계 훈련 동안 부족한 부분인 쇼트게임을 보완하고 샷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을 것”이라며 목표 달성에 의지를 드러냈다.
첫날 공동 선두에 올랐다가 공동 2위로 마감한 박현경은 역전 우승 기회가 사라져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지난해 5월 KLPGA 챔피언십 2연패(통산 3승)를 달성한 이후 52개 대회에서 우승 없이 준우승 7차례를 기록한 박현경은 베트남 대회에서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할 예정이다. 2022시즌 상금왕 박민지는 공동 9위(7언더파)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