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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경력 60년 이순재, 치매 걸린 노인으로 감동 선사…최종회 앞둔 '연매살'

/ 사진=tvN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방송화면 캡처/ 사진=tvN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방송화면 캡처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60년 연기 인생 이순재가 또 한 편의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탄생시켰다.



13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극본 박소영, 이찬, 남인영/연출 백승룡) 11회 시청률은 전국 유료 가구 기준 평균 2.4%, 최고 3.2%, 수도권 유료 가구 기준 평균 3.1%, 최고 4.2%를 기록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순재가 편집이라는 기술이 없어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연이어 찍던 옛날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연기 활동을 이어온 메쏘드엔터 소속 배우로 등장했다. 여전히 영화 주인공으로 작품을 이끄는 그에게 연기 인생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다. 최근에 겪은 가벼운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기억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시간 개념이 뒤죽박죽 섞여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게 의사의 진단이었다.

수많은 분량의 대사를 외워야 하는 배우에게 기억력 문제는 치명적이었다. 투자사에서도 하차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1957년부터 60년 넘게 연기하면서 단 한 번도 제 손으로 작품을 포기한 적이 없었던 이순재는 이번 영화도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싶었다.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배우로 남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었다. 그래서 직접 사무실을 찾아가 “60년 연기 인생 마지막까지 오점 남기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매니저들에게 간곡히 청했다.



이순재의 굳은 의지에도 대본을 보던 그의 기억은 또다시 과거로 돌아갔다. 사망한 대표 왕태자(이황의)와 해고된 이사 장명애(심소영)가 그의 매니저였던 20여 년 전이었다. 태자가 죽었다는 사실에 혼란에 빠진 그는 충격을 받아 대기실 문을 걸어 잠그고 꼼짝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 투자사는 그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겠다며 촬영 현장으로 오고 있었다.



/ 사진=tvN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방송화면 캡처/ 사진=tvN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방송화면 캡처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장명애뿐이었다. 이런 상황의 심각성도 모르고 구해준(허성태)이 장명애의 복직을 가볍게 운운하자 화가 난 천제인(곽선영) 팀장은 “네가 가진 돈 때문에 눈치 보고 무서워하는 사람은 있어도 존경하는 사람은 없다”고 호통쳤다. 뼈아픈 ‘팩트 폭격’에 깨달음을 얻은 구해준은 천제인과 함께 장명애를 찾아가 진심 어린 말로 그녀의 마음을 돌렸다. 그렇게 현장에 나타난 장명애는 기지를 발휘해 상황을 일단락시켰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다음 날이었다. 이순재가 고은결(신현승)의 대사를 하는 실수를 범하며 또다시 과거의 어느 날로 돌아간 것. 한창 촬영 중인 현장, 남자 배우가 자꾸 대사 실수를 하며 감독에게 대차게 혼나고 있었다. 이를 본 이순재는 그에게 자신도 비슷한 시기가 있었다며, “상대방 대사까지 통으로 외우라”고 조언했다. 그때 “이순재 씨”라고 부르는 스태프의 목소리에 그 남자배우가 달려 나갔다. 이제는 대배우가 된 이순재가 대사 실수로 야단맞던 신인 배우 시절의 자신을 만난 것이었다. 젊었던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애틋한 눈빛이 먹먹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아직도 후배들에게 “대본의 전체 흐름을 이해하기 좋다”며 대사를 모두 외우라고 조언하는 이순재. 이 연기 비결을 전수받았던 은결은 “벌써 제 대사까지 다 외우신 거냐”라는 임기응변으로 순재의 실수를 무마했다. 그렇게 모든 현장이 정리되고, ‘마에스트로’ 역을 맡은 이순재의 지휘 아래,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합주의 선율이 울려 퍼졌다. 그 위로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뚜렷해지는 건 추억으로 덧칠하기 때문이야. 좋은 기억은 더 아름답게 칠해지고, 후회되는 기억은 가슴에 돌처럼 내려앉아 있지. 혹시라도 후회하는 게 있다면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해”라는 순재의 대사가 흘렀다. 60년이 넘도록 한 번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연기 열정을 불태워온 대배우의 담담한 목소리가 가슴 깊은 곳까지 울림을 전파했다.

한편 후회로 얼룩진 메쏘드엔터 매니저들의 위기는 절정에 치달으며, 최종회만을 남겨둔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의 최종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마태오(이서진)는 아내 송은하(정혜영)가 내놓은 텅 빈 집을 둘러보며 후회의 눈물을 쏟았다. 강희선(황세온) 걱정에 눈이 먼 김중돈(서현우)은 그녀의 데뷔작인 오훈(노민우) 감독의 작품이 ‘49금’이라는 소문을 퍼트렸고, 결국 투자 철회로 영화 제작이 중단됐다. 매니저의 자격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던 소현주(주현영)는 결국 고향 부산행을 택했다. 천제인은 죽어서도 후회하고 싶지 않아 진심을 전한 끝에 이상욱(노상현)과의 재회에 성공했지만, 방송 말미 공개된 최종회 예고에서 ‘임테기’를 보고 놀라는 모습이 포착돼 또 다른 변곡점을 예고했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최종회는 이날 밤 10시 30분 방송된다.


이지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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