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연임 적격' 판정에도…경선 선택한 구현모 KT 대표

후보심사위 단독 추천했지만

"복수 심사하자" 승부수 던져

高실적 바탕 주주 지지 탄탄

국민연금·공정위 잇단 압박

타후보와 경쟁 '잡음 줄이기'


구현모 KT(030200) 대표가 연임 적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복수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구 대표를 단독 후보로 추천했지만, 다른 후보와 경쟁을 벌여 당당히 연임 과정에서 잡음을 없애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슈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강화를 천명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를 조사하는 등 정부 압박이 거세진 가운데 구 대표가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다.

연임을 추진 중인 구현모 KT 대표. 연임에 성공한다면 2026년 3월까지 KT를 이끌게 된다. 사진제공=KT연임을 추진 중인 구현모 KT 대표. 연임에 성공한다면 2026년 3월까지 KT를 이끌게 된다. 사진제공=KT





13일 KT는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구 대표에 대한 연임 여부 심사 결과 ‘적격’을 이사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현직자 연임 여부를 우선 심사해 적합할 경우 단독 후보를 추천한다. 구 대표가 내년 3월에 열릴 주주총회에서 단독 후보로 오르면, 사실상 연임이 확정되는 셈이다. 이 경우 구 대표는 2002년 KT 민영화 이후 연임에 성공하는 3번째 사례가 된다.

그러나 구 대표는 이사회에 복수후보 심사를 요청했다.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여 추가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구 대표는 “주요 주주가 제기한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복수 후보를 심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8일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 이사장은 “소유구조가 분산된 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KT, 포스코 등 총수가 없는 기업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따랐다.





업계는 구 대표가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발 물러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연금은 KT 지분 10.3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은 연초 박종욱 KT 사장의 사내이사·공동대표 선임을 비토해 낙마시킨 바 있어, 구 대표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후보와 경쟁을 벌여 당당히 연임하겠다는 포석"이라며 “타 후보와 주총 표대결을 벌여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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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구 대표는 최고경영자(CEO)로서 탄탄한 경영 실적으로 주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취임 전인 2019년 1조1595억 원에 불과하던 KT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6718억 원으로 5000억 원 이상 뛰었다. 코스피 폭락에도 KT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구 대표 취임 당일 1만9700원에 불과했던 KT 주가는 이날 3만7000원 대에서 거래 중이다. ‘디지코’로 대표되는 ‘탈 통신’ 체질개선이 성공했다는 평가다. 연임을 앞두고는 제1노조도 구 대표 지지에 나섰다.

KT는 외국인 지분이 43.5%에 달한다. 올해 구 대표가 추진한 주식교환으로 현대차그룹이 7.79%, 신한은행 등이 5.48%를 보유하게 됐다. 자사주도 1.94%다. 실적이 좋고 배당률도 높아져 외국인은 구 대표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고, 현대차와 신한은행은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국민연금이 구 대표 연임을 반대하더라도 경영권 방어가 가능한 구조다.

구 대표가 정권 압박과 법적 리스크에 보다 신중한 길을 택했다는 분석도 따른다. 전날 공정거래위원회는 KT텔레캅을 현장조사했다. KT텔레캅이 전직 KT 임원이 대표로 있는 KDFS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따른 조사다. 국민연금이 움직이고 미묘한 시기에 공정위 조사까지 이뤄지자 정부가 KT 대표 인사에 개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이어졌다. 구 대표는 국회의원에게 불법 후원금을 지급한 혐의로 벌금 1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불복해 정식 재판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다만 KT 대표 결격사유는 ‘금고 이상의 형’인 만큼 연임에 제도적인 문제는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핵심 키워드로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제시했다”며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있겠지만 경제 운용 주축을 정부에서 민간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만큼 사기업 경영권을 두고 주주 이상의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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