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내년도 예산안 협상 시한인 15일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낮추는 등의 2차 중재안을 제시했다. 이를 토대로 늦어도 16일까지는 예산안을 처리하자고 당부했다. 여야는 김 의장 중재안을 바탕으로 재협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가지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단 1%포인트 만이라도 인하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투자처를 찾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가속하는 마중물로 삼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지방정부 조례 개정 등을 통한 추가 경감 조치로 세율 인하 효과를 더할 수 있다고도 했다. 김 의장은 “1%포인트를 인하할 경우 지방정부에서는 추가적으로 감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서 “이 두 가지를 함께 제시하는 것으로 일괄을 타결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의장은 예산안 협상의 최대 쟁점인 법인세 최고세율에 대해 앞서 정부안대로 3%포인트를 인하하되 시행을 2년 유예하는 중재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완강한 거부 입장을 고수하면서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자 새로운 중재안을 꺼냈다.
아울러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등 민주당이 예산 삭감을 주장하고 있는 기관 예산에 대해서는 “여야가 협의를 거쳐 입법적으로 해결하거나, 적법성 여부에 대한 헌법기관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는 예비비로 지출할 수 있도록 부대의견을 달아둘 것”을 제안했다. 김 의장은 “대통령령으로 설립된 기관 예산이 5억 원밖에 안된다”며 “639조 원 중 5억 원의 의견을 좁히지 못해서 타협을 이뤄내지 못하는 건 민생경제는 안중에도 없이 명분 싸움에 사로잡힌 전형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오늘 중 여야가 합의해서 합의문이 국민들에게 발표된다면 국회에서 늦어도 내일까지는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정안에 따라 처리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여야는 서로를 향해 대승적 양보를 촉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시행령으로 설치한 것이 위법이라 판정되기 전에는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맞다”면서 “예비비로 넣을 바에야 제대로 (예산을) 넣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의장 중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검토해보겠다”면서도 “예산안 처리의 열쇠는 정부 여당이 쥐고 있다. 어떤 입장을 가지고 나오는지 우선 지켜보겠다”고 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김 의장의 중재안을 바탕으로 당내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재협상에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