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정제 마진이 2주째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며 통상적으로 겨울철 증가했던 등·경유 수요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자 정유사들의 4분기 실적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첫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 마진은 배럴당 6.7달러를 기록했다. 11월 넷째 주 배럴당 10.0달러로 오른 정제 마진은 그 다음 주 배럴당 7.5달러로 급격히 하락했으며 이후 6.7달러로 또 떨어졌다. 국제 유가 역시 내년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9일 배럴당 71.02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국제 유가와 정제 마진이 하락한 데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초만 해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했지만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소비 위축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시황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미국 정제 설비 가동률이 95.5%로 높게 유지되며 석유제품 재고가 증가한 것도 정제 마진 약세를 부추겼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석유제품 마진이 하락한 가운데 미국 내 휘발유 약세, 중국의 수출 증가 등도 영향을 미쳤다”며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평균 유가 하락도 감안하면 재고 관련 손실이 2300억 원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상적으로 겨울철에는 난방 수요의 증가로 정제 마진이 상승하지만 올해는 계절적 수요에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가와 정제 마진 흐름은 단발성 요인보다도 글로벌 경제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빠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당분간 비슷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사들의 4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앞서 올해 상반기 초호황을 누린 정유 업계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했다. 지난 2분기 대비 SK이노베이션(096770)과 GS칼텍스의 영업이익은 각각 69.78%, 61.6% 하락했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전 분기 대비 각각 70.3%, 48.8% 감소했다. 이번 4분기 실적은 3분기보다는 반등하겠지만 예상보다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보다 28%가량 증가한 9031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에쓰오일은 703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