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투자전문가인 윤제성(사진) 뉴욕생명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원-달러 환율은 다시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CIO은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뉴욕총영사관 주최로 진행한 '내년 투자환경 전망' 설명회에서 "미국이 내년 얕은 침체에 접어든다는 게 기본 전망"이라며 "다만 한국은 이보다 더 깊은 침체가 올 수 있기 때문에 환율은 1500원 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전망의 배경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과 한국의 수출 둔화 및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한계를 꼽았다.
윤 CIO는 우선 연준의 금리 인상과 관련해 "전날 연준이 내년 최종금리로 5.1%를 제시하고 2023년 까지 금리를 인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며 "시장은 이같은 연준의 구상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 믿지 않는 분위기가 있지만 실제 연준은 이런 행보를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공급망이 완화되고 화물 선적량 자체가 줄면서 상품 물가는 줄었지만 임금 상승세는 가파르다"며 "인플레이션이 9%에서 6%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고 앞으로는 임금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는 구간이기 때문에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같은 인플레이션의 진행 경로를 고려하면 연준은 물가를 2% 까지 내리기 위해 5.1%의 최종금리 까지 인상을 단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화이트칼라 직종을 중심으로 정리해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블루칼라에 대한 노동 수요를 잡지 못한다면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CIO는 "한국은 호주와 뉴질랜드, 영국과 같이 부동산 시장이 많이 오르면서 단기 대출 시장이 크게 늘었다"며 "이에 한국은 미국의 5% 대 기준금리 까지 따라 올릴 수가 없고 이는 결국 원화 가치 하락,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경제가 회복할 수록 원달러 환율은 제자리를 찾겠지만 수출 회복이 예상보다 약하다면 1100원 수준까지 돌아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정상화됐다는 수준을 1200원~1300원 대 정도로 가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CIO는 연준의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침체로 인해 내년 미국 주식시장도 고전할 것으로 봤다. 그는 "현재 월가의 주식 전략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S&P는 내년 3400까지 내려 갔다가 연말 현재 수준(3895)으로 돌아오는 것이 대체적이고 이같은 분석에 동의한다"며 "이에 지금은 주식 투자에 나서기 좋은 시점은 아니며 내년 1분기까지 시장의 흐름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주식 시장은 지금 투자해도 내년 말 수익률이 그대로일 수 있기 때문에 주식 밖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라며 "그는 미국 회사채의 경우 6~7%, 하이일드 회사채의 경우 9%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채권 투자도 고려할 만 하다"고 말했다.
증시의 경우 기술주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고 조언했다. 윤 CIO는 "이제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으로 대표되는 기술주 콘셉트는 이제 없어졌다"며 "기술주는 내년의 리더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 시장에서 투자를 하고 싶다면 스몰캡·미들캡(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가치 대비 주가가 더 낮다"고 조언했다.
윤 CIO는 1991년 금융 서비스 업계에서 일하기 시작해 JP모건과 메릴린치, 웨스턴애셋매니지먼트 등을 거쳐 2005년 부터 뉴욕생명자산운용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