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 대학설립·운영 4대 요건을 개편하고 2024학년도부터 정원 조정을 대폭 자율화 한다. 또 2015년부터 실시해오던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중단하고 새로운 평가체제를 구축한다.
◇대학 자율 강화 위해 4대요건 개편=교육부는 지난 14일 3차 대학 규제개혁 협의회와 15일 제9차 대학기본역량진단제도 개선협의회를 잇달아 열고 연내 이러한 내용을 확정·발표한다고 16일 밝혔다.
제3차 대학 규제개혁 협의회에서는 ‘대학 설립·운영 4대 요건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4대 요건은 대학설립·운영규정에서 대학설립을 위해 갖추도록 정한 교사·교지·교원·수익용기본재산의 기준이다. 대학설립 이후에도 학과신설, 정원의 증원, 대학 간 통·폐합 등 중요한 대학 운영에도 동 기준들이 그대로 적용돼 왔다.
교육부 개편안은 이미 설립된 대학에 대해 자유로운 교육·연구 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학생 수 급감 상황에서 유휴 재산을 활용해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대학의 운영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데 초점 맞췄다.
대학 시설·건물(교사)의 경우, 원격수업 및 대학간 자원공유 등의 추세에 맞춰 기존 인문사회(현행 기준 면적 12㎡)를 제외한 나머지 자연·공학·예체능 계열의 기준 면적은 타 국가 사례 및 국토부 공고 최소주거면적(14㎡) 기준 등을 참고해 14㎡ 수준으로 조정한다. 또 기존에 시설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대학이 추가로 교육·연구 시설을 확보하고자 할 때는 건물을 임차해 활용할 수도 있도록 개선한다. 특히 토지(교지)의 경우 설립 시 적용되는 기준이 아니라 건축관계법령 및 관할 지역 조례상의 건폐율·용적률에 따라 건물면적에 필요한 토지만 확보하면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기준이 완화될 예정이다.
교원의 경우에는 운영 중인 대학들도 설립 시의 기준을 유지하도록 하되, 다양한 강좌 개설 수요 및 현장 전문인력 활용 수요 증가에 대응해 일반대학의 겸임·초빙교원 활용 가능 비율을 현재 5분의1 이내에서 3분의1 이내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한다.
수익용기본재산은 당초 규정의 취지를 살려 학교법인이 충분히 수익을 창출해 대학에 투자를 하는 경우에는 수익용기본재산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아울러 종전 기존 캠퍼스의 교사·교지 확보율이 100% 이상인 경우에만 대학이 일부 학과를 새로운 캠퍼스로 이전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새롭게 조성되는 캠퍼스의 시설 여건만 갖추면 가능하도록 한다.
이 밖에 대학-전문대학, 대학-산업대학 등이 통합하는 경우 정원을 감축하도록 한 종전의 조건을 삭제해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 맞춰 대학 간 통폐합을 촉진해 나간다.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은 이달 말 입법예고를 통해 폭넓게 의견 수렴을 할 예정이다.
◇대학별 특성화 위한 정원 조정 자율화=이와 함께 대학별 자율적인 특성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정원 조정을 대폭 자율화 하는 내용의 '2024학년도 학생정원 조정계획’도 수립한다. 먼저 2024학년도부터는 교원확보율 요건을 완전 폐지해 총 입학정원 범위 내에서는 완전히 자율적으로 정원조정을 할 수 있도록 개선된다. 종전에는 대학이 총 입학정원 범위 내에서 학과(부)를 신설·통합·폐지하거나 학과 간의 정원을 단순 조정하려는 경우에도 대학 전체 교원확보율을 전년도 이상 유지하도록 해 탄력적인 구조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앞으로 지방대학은 결손인원이나 편입학 여석을 활용해 분야에 관계 없이 새로운 학과를 신설할 수 있는 특례가 주어진다. 현재는 첨단분야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했으나, 지방대는 학생 모집난을 고려해 첨단분야를 포함한 전 분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밖에 국가적으로 인력이 필요한 첨단기술 분야에 대해서는 4대 요건 중 교원확보율 기준만 충족해도 정원을 순증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아울러 대학이 전문대학원을 신설하고자 할 때 요구하던 교원확보율 및 교사시설 등 확보 기준이 완화되고 대학원에 박사과정을 신설하고자 하는 경우에 요구하던 교원의 연구실적 기준을 앞으로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12월 중 2024학년도 학생 정원 조정 계획을 대학에 안내할 예정이다.
◇현행 대학기본역량진단 폐지=제9차 대학 기본역량진단제도 개선 협의회에서는 종전의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탈피한 새로운 평가체제시안을 확정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전국 대학의 기본적 교육역량을 진단해 일반재정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평가로서, 2015년부터 3년 주기로 실시해 왔다. 하지만 평가 대응을 위한 대학의 역량 소모가 과도하고, 정부 주도의 획일적 평가가 대학별 여건과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협의회에서는 종전의 ‘대학기본역량진단’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중단하고 2025학년도부터는 사학진흥재단의 재정진단에 따른 경영위기대학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기관평가인증을 미인증대학에서의 제외한 모든 대학에 일반재정을 지원하는 내용의 개편 방안이 협의됐다. 교육부는 이번 협의안을 바탕으로 시안을 수립한 후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초 확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앞으로 교육부는 지속적이고 강도높은 규제개혁을 통해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에 처한 우리 대학이 스스로의 여건과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대학재정지원사업의 협약해지, 지원중단, 사업비 수혜제한 및 국가장학금 지원 제한 등의 강력한 제재를 적용해 대학의 자율성 확대와 함께 대학의 책무성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