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그룹 회장. 서울경제DB검찰이 총수 일가의 증여세 회피를 위해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 경영진을 16일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이날 허 회장과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등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허 회장 등은 회장 일가에게 부과될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2012년 12월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헐값에 넘긴 혐의를 받는다. 적정가액(1595원)에 크게 밑도는 주당 255원에 주식을 팔아 샤니와 파리크라상이 각각 58억 1000만 원, 121억 6000만 원의 손해를 입은 반면 삼립은 179억 7000만 원의 이익을 봤다는 게 검찰이 내린 결론이다.
검찰은 허 회장이 이러한 지시를 내린 배경으로 2012년 1월 법 개정으로 신설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지목했다. 이는 지배주주가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을 경우 증여로 보고 과세하는 제도다. SPC그룹은 당시 밀다원이 생산하는 밀가루를 삼립이 사서 계열사들에 공급했다. 밀다원은 SPC 총수 일가가 100% 보유한 파리크라상이 지배하는 회사여서 매출이 발생할 경우 총수 일가에게 증여로 잡히는 상황이었다. 허 회장은 2012년 안에 파리크라상과 샤니 등이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팔지 않으면 매년 8억 원 상당의 세금이 부과될 것이 예상되자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급하게 저가 양도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가격 흥정 등을 통해 적정가를 산정하지 않고 평가 방법을 지정해 주식가치 평가를 했고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저가 매도가 이뤄졌다. 이 같은 꼼수로 허 회장이 아낀 세금은 10년간 약 74억 원에 이른다. 검찰은 주식양도로 채권자나 주주 등 다수의 이해관계인이 피해를 봤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금융권에서 수백억 원 상당을 차입해 일반 재산이 감소하면 채권자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며 “총수 일가가 자의적으로 계열사 간 지분 매매를 하는 행위는 법인 제도를 남용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번 수사는 2020년 10월 샤니 소액주주들이 허 회장 등 SPC 총수 일가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지난달부터 SPC그룹 본사 등을 압수 수색하고 최근 허 회장 등을 소환해 혐의 사실을 확인했다.
SPC 관계자는 “샤니의 밀다원 주식 양도는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적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적정한 가치를 산정해 진행됐는데 기소돼 안타깝다”며 “향후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해 오해를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SPC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회사 노동조합이 노조 파괴 혐의로 각각 고발한 사건으로도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삼중고’를 겪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