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현대硏 “물가 불안 재현 가능성 여전…슬로플레이션 현상 지속”

근원물가는 여전히 상승세 관찰

성장률 떨어지며 슬로플레이션

“경기침체 방어로 정책 바꿔야”

점심시간 서울의 한 식당가. 연합뉴스점심시간 서울의 한 식당가. 연합뉴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락 전환했지만 근원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만큼 물가 불안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성장률도 낮아지면서 ‘슬로플레이션(경기 성장 둔화 속 물가 상승)’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18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슬로플레이션 진행 중인 국내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근원물가 상승률 지속성 지수는 3분기 기준 0.77포인트로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 지속성이 1에 가까울수록 향후 물가 상승세가 강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가 변동이 심한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 상승률은 10월과 11월 연속으로 4.8%를 기록하는 등 오름폭이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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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속성 지수가 0.71포인트로 1분기(0.81포인트)보다 하락해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0%로 10월(5.7%) 대비 큰 폭 하락했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근원물가는 추세적인 하락 전환이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현재 수준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소비자물가는 하락 전환했지만 근원물가 상승 압력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 자체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근원물가 상승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도 4%를 넘은 만큼 물가상승률 자체는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 경기가 급속히 하강하는 가운데 고금리로 내수도 부진해 국내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성장 둔화에 높은 물가 수준이 지속되는 ‘슬로플레이션’이 우리 경제를 짓누를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국내물가가 추세적인 하락세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경제 정책의 목표를 점진적으로 ‘경기침체 방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경기둔화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경제운용방향의 목표를 ‘경기침체 방어’에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라며 “내외수 복합불황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 상반기에 재정지출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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