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 지수가 21% 급락하면서 외국인 투자가들도 손실을 피해가지 못했다. 외국인 상위 매수 종목 10개 중 절반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돌발 악재에 더해 급등락이 심한 한국 증시의 특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외국인뿐 아니라 기관 투자가들도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개인은 상위 매수 종목 10개 모두가 급락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1월 3일~12월 16일)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10개 중 5개는 마이너스 수익권인 것으로 분석됐다. 평가 손실이 가장 큰 종목은 SK하이닉스(000660)였다. 외국인은 올해 SK하이닉스를 9407억 원 사들였고 평균 매수 가격은 10만 2785원이었다. 16일 종가(7만 8400원)는 23.72% 낮았다. 경기침체로 전자기기 제품 수요가 줄고 내년 역시 메모리 반도체가 고전할 것이란 전망에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바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미 있는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내년 2분기까지는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은 금리 인상 수혜 주로 분류되는 우리금융지주(316140), KB금융(105560)도 대거 매수했지만, 수익률은 부진했다. 우리금융지주는 평가 손실률이 5.45, KB금융은 3.66%였다. 고금리 시대 진입에 예대마진 증가로 자연스레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대출 증가율 둔화, 경기 침체 영향으로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실제로 KRX 300 금융 지수는 연초 대비 8.14% 떨어졌다.
반면 외국인은 연초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2차전지·방산·원자력)’으로 묶이며 주도 주로 자리매김했던 2차전지주는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SDI(006400)와 LG화학(051910)의 예상 평가 수익률은 각각 9.94%, 7.83%로 추정된다. 이 기간 외국인은 두 기업을 각각 1조 496억 원, 8786억 원 순매수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가 기대되는 가운데 전기차 판매 호조에 따라 2차전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외국인의 상위 매수 종목 10곳의 평균 수익률은 1.42%였다.
올해 기관 역시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5개 종목이 손실 구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의 평균 손실률은 1.26%였다. 기관이 가장 큰 손실을 본 종목은 한진칼(180640)이었다. 예상 손실률은 32.6%다. 한진칼은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LX그룹의 지분 매입으로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며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개선을 위해서는 비상장 종속기업의 업황 개선 이상의 신성장 동력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 주체는 개인이었다. 개인이 가장 많이 매수한 10개 종목 중 10개 모두에서 파란 불이 켜졌다. 평균 손실률도 19.32%에 달했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 등 대장주가 무너진 가운데 네이버, 카카오(035720) 등 인터넷주가 연초 대비 급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