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최대 난관 뚫었다…고해상도 카메라로 '달 착륙 후보지' 탐색

◆다누리, 1차 임무궤도 진입

"이상 없다" 보고에 환호성 터져

"달 탐사 너머 우주 개척 밑거름"

'美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지원

2045년 화성 착륙 중장기 구상

韓 스타트업, 민간 첫 로켓 발사도





17일 오전 2시 45분, 대전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제실에 모인 60여 명은 13분간 숫자와 그래프로 가득한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가 처음으로 달 궤도에 들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총알보다 빠른 다누리를 달에 포획시켜야 하는 고난도 임무에 연구원들은 초긴장 상태였다. 달 중력장에 안착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단계로 실패할 경우 우주로 튕겨 나가거나 달에 충돌할 수 있다. 김대관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장은 “자동 시퀀스로 다누리에 달 궤도 진입 명령을 내려놓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즉각 대처하지 못하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없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도 오전 1시부터 일찌감치 관제실로 나왔다. 임무가 끝나고 ‘추진’ ‘구조’ ‘통신’ 등 10여 개 팀(서브시스템)은 각자 30분의 점검 시간을 갖고 관제실 옆 회의실에 모였다. 디브리핑(간이 보고)에서 모든 팀이 “수치 분석 결과 이상 없다”고 보고한 뒤에야 연구원들은 긴장을 풀고 서로를 향해 “감사하다” “자랑스럽다”며 박수를 치며 환호할 수 있었다. 잠정적인 임무 성공 판정이었다.






김 단장은 다누리의 1차 ‘임무궤도진입기동(LOI)’ 성공을 공식 발표한 1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다누리의 탐사는 비단 달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그 너머의 우주개척 도전으로 이어진다”며 “다누리를 달 궤도로 보내기까지 135일간 우리는 지구 중력장을 벗어나 우주에서의 인공위성 성능 검증, 궤적 설계, 155만 ㎞ 거리의 위성 제어, 척박한 우주환경에서의 장거리 우주인터넷 통신, 달 착륙 전 단계인 궤도 진입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 데이터와 노하우가 향후 우주탐사 도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이 최근 서울경제가 주최한 ‘제1회 국가연구소 기업가정신 토크콘서트’ 항우연 편에서 다누리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대전=오승현 기자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이 최근 서울경제가 주최한 ‘제1회 국가연구소 기업가정신 토크콘서트’ 항우연 편에서 다누리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대전=오승현 기자



달 탐사 계획의 9부 능선을 넘은 다누리는 단순히 달 관측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이후 정부가 계획한 달 착륙, 화성 착륙 등 중장기 우주탐사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도 한층 더 높였다는 게 김 단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다누리는 미국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유인 달 착륙 계획)을 지원한다. 내년부터 누리호 후속 고성능 발사체(로켓)를 개발하고 2032년 최초의 달 착륙선을 자체 발사한다. 로켓 개발에만 2조 원, 착륙선 개발에 6000억 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정부는 또 광복 100주년인 2045년 화성 착륙, 2050년 유인 우주수송 등 장기 목표도 세웠다. 다누리는 올해 2차 시험 발사된 첫 국산 로켓 누리호와 함께 이 시나리오의 도입부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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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1년간 이뤄질 다누리의 달 관측 임무도 다음 단계인 달 착륙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 단장은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 모든 임무가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여섯 가지 임무 중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협업하는 섀도캠(ShadowCam) 임무가 특히 주목받는다. 나사가 개발해 다누리에 탑재한 장비 섀도캠은 1.7m급(1.7m 거리의 두 물체를 구분할 수 있는) 해상도의 카메라를 이용해 달 극지방의 영구음영지역(햇빛이 들지 않아 얼음이 존재할 수 있는 지역)을 촬영한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선봉에 서서 달 착륙 후보지를 찾는 일이다. 미국은 2025년 달에서 식수 공급이 가능한 곳에 유인 기지를 건설하고 이를 베이스캠프로 삼아 그 너머 우주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항우연이 개발한 고해상도 카메라도 달 착륙 후보지 탐색을 지원한다. 김 단장은 “해상도는 2.5m급으로 고성능이라고 할 수 없지만 중량(11㎏)에 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다누리는 이런 청사진을 갖고 2016년부터 독자 개발돼 올해 8월 5일 미국 스페이스X 팰컨9 발사체(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135일간의 비행 끝에 이달 17일 새벽 달 궤도에 진입했다. 1차 LOI를 통해 장반경(긴반지름) 약 4500㎞의 커다란 타원 궤도를 돌게 됐는데 28일까지 네 차례 추가 LOI를 수행해 반경을 100㎞까지 줄인다. 본체에 탑재된 역추진 엔진을 이용해 속도를 시속 8000㎞에서 6000㎞까지 줄임으로써 달의 지상 가까이로 떨어지는 원리다. 이번 감속을 위해서만 전체 연료 260㎏의 70% 이상인 186.5㎏가 소모된다.

김 단장은 21일 이뤄지는 2차 LOI의 성공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다누리의 속도가 가장 빠른 상태에서 이뤄졌던 1차 LOI에 비해 2차부터는 속도가 줄어들고 우리의 경험도 생겼기 때문에 성공률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6시 로켓 기술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가 국내 최초의 민간 로켓 발사에 나선 가운데 김 단장은 “정부뿐 아니라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화가 중요한데 이를 실현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스페이스X 같은 민간 기업에 달 이내(38만 ㎞) ‘저궤도 우주’의 상업적 개발을 맡기고 나사는 그 너머 고난도 우주개척에 집중하고 있는데 한국도 이처럼 정부와 민간의 쌍끌이 우주개발 역량을 갖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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