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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벤처 자금난에…모기업이 '백기사'로

JW중외, JW바사 의료기기 인수

보령은 1년만에 자회사 다시 편입

일동, CB 발행해 R&D 지원 등

자회사-모기업 협력·기술개발 활발





제약업계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출범시켰던 바이오벤처들이 ‘역대급 자금난’을 맞으며 휘청거리자 모기업이 나서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회사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운용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일부는 아예 자회사를 인수합병(M&A)해 ‘소나기’를 피해가는 전략을 펴는 곳도 있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으로 악화된 투자 환경 속에서 일단 위기를 넘겨 생존하면서 R&D를 이어가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JW중외제약(001060)은 최근 JW바이오사이언스의 의료기기 사업을 148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부채 40억 원을 포함해 총자산 154억 원을 내년 1월 2일까지 흡수하는 방식이다. JW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매출 406억 원, 영업손실 94억 원, 당기순손실 98억 원을 기록해 2016년 설립 이래 매년 적자를 이어왔다. 의료기기 사업보다 난치성 질환을 조기 진단하는 기술을 보유한 JW바이오사이언스가 '선택과 집중'을 하기위해 JW중외제약이 적자 사업을 떠안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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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003850) 내부에서 개발 중이던 항암 파이프라인을 들고 지난해 자회사로 독립했던 리큐온은 불과 1년 만인 지난 10월 다시 보령으로 흡수 합병됐다. 당초 독립 후 적극적인 외부 투자 유치를 염두에 뒀으나 자금 환경이 급변하면서 다시 모회사로 들어간 것이다. 리큐온은 림프종 치료 혁신 신약후보물질 'BR101801'로 국내 1b·2a 임상을 진행 중이다. 한미헬스케어도 지난 11월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로 흡수합병돼 의료기기, 수술용 치료 재료 등 신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모회사가 자회사의 R&D 지원에 나서는 곳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동홀딩스(000230)는 최근 300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해 195억 원을 자회사인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 아이디언스의 주식 취득에 활용해 R&D를 지원하기로 했다.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는 2019년 말 일동홀딩스에 인수된 신약개발 전략 컨실팅기업이다. 아이디언스는 2019년 5월 설립돼 초기 후보물질을 가져다가 개발을 전담하는 바이오벤처다. 현재는 일동제약(249420)이 발굴한 항암 신약후보물질 ‘IDX-1197’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아이디언스는 지난해 벤처캐피탈(VC)로부터 400억 원, 올 6월 일동홀딩스 등으로부터 15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HLB(028300)는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상용화를 위해 무려 241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대부분이 핵심 파이프라인인 ‘리보세라닙’의 상용화를 위한 자금이다. 2025년까지 미국 법인 엘레바에 1698억 원, 이뮤노믹 테라퓨틱스에 424억 원 각각 투입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모기업 지원이 든든한 곳들은 ‘역대급 자금난’ 속에서도 안정적인 R&D를 이어가고 있다. 올 2월 OCI(010060)가 인수한 부광약품(003000)은 수익성 하락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R&D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덴마크 소재 부광약품의 자회사인 콘테라파마는 지난해 기업공개(IPO)에 실패했지만, 이날 현지에 최신 연구시설을 여는 등 활발한 R&D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CJ제일제당(097950)이 천랩을 983억 원에 인수해 출범시킨 CJ바이오사이언스는 올 3분기까지 R&D에만 전년 동기 대비 3배 늘어난 118억 원을 투입했다. LG화학(051910)도 통풍신약 '티굴릭소스타트' 임상 3상을 위해 생명과학사업본부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 중이다. 올해만 3210억 원이 책정됐고 내년에는 이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벤처들이 외부 투자 환경 악화로 '부잣집 막내 아들'과 같은 대응책을 펼치고 있다"며 "아무리 투자심리가 경색돼도 당장 R&D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2~3년은 뒤쳐지기 때문에 기술 진척을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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