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은행채 발행 재개…대출금리 하락하나

회사채·CP 금리 안정 영향

2개월만에 '비상조치' 완화

연말 만기 도래 2.3조 차환

신한·우리 2000억대씩 발행

무리한 수신 유인 사라져

금리인상 악순환 멈출 듯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사실상 중단됐던 은행채 발행이 약 2개월 만에 재개된다. 유동성 경색이 점차 해소되면서 금융 당국이 은행권의 요구를 받아들여 비상조치를 일부 완화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정이 은행채 발행을 억제한 가운데 여·수신 금리 인하까지 요구하면서 양손이 모두 묶인 처지였던 은행들은 ‘운신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 꼬여 있던 실타래가 하나둘 풀리면서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여력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19일 금융감독원·한국은행·은행권과 ‘제3차 금융권 자금흐름 점검·소통 회의’를 열고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점진적인 은행채 발행 재개 계획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우선 이달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2조 3000억 원 규모 은행채부터 차환 발행을 추진한다. 내년 1월과 이후 만기 도래분에 대해서는 발행 시기와 규모를 분산·조정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현재 채권시장 투자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은행채 차환 물량 소화도 원활히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결정은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회복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내려졌다. 10월 한때 5.73%를 찍었던 회사채(AA-등급 3년물) 금리는 이달 16일 5.23%로 0.5%포인트 하락했다. 기업어음(CP) 금리도 두달여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대내외 통화 긴축 속도 조절 기대, 정부의 정책 지원, 금융권의 고통 분담 노력 등에 힘입어 채권·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이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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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이후 5대 시중은행은 은행채 발행을 아예 하지 않았다. 9월 은행채 순발행액은 7조 4600억 원에 달했지만 지난달에는 -3조 2100억 원으로 발행보다 상환이 훨씬 많았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초우량물인 은행채가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모두 빨아들인다는 지적에 따른 금융 당국의 극약 처방 때문이었다.

여기에 금융 당국이 예·적금 금리 과당경쟁을 우려하고 나서자 은행들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대출 확대 요구에 응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었다. 결국 금융 당국과 사전 교감하에 이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2500억 원 규모의 만기 1년짜리 은행채를 4.3%에, 2800억 원 규모의 만기 11개월짜리 은행채를 4.23%에 조달했다. 은행채의 재등장에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사 평균 평가금리) 대비 낮은 금리로 발행에 성공했다. 은행채 발행 여지가 생기자 다른 은행들도 발행 계획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채 발행이 재개되면서 금융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여·수신 금리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신액을 채우기 위한 무리한 수신 금리 인상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간 급격한 예·적금 등 수신 금리 인상은 코픽스 금리,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아왔다. 그 여파로 16일 5대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는 연 7.72%를 기록하기도 했다.

은행채 발행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금융 당국은 은행채 발행 증가가 여전채나 일반회사채 등을 구축하는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도록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적극적·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말 연초 은행채 발행에 따른 채권시장의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자금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유현욱 기자·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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