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을 통합하지 않고 현 경쟁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이는 ‘판단 유보’에 따른 결론이라 추후 갈등의 불씨는 남았다.
국토교통부는 19일 개최된 거버넌스 분과위원회에서 철도 공기업 경쟁 체제 평가를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20일 밝혔다. 분과위는 철도 공기업 경쟁 체제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분석·평가를 위해 코레일·SR·국가철도공단 노사 대표 각 1인과 각 기관에서 추천한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자문기구다.
2016년 SRT 운행 시작으로 철도 공기업 경쟁 체제가 가동된 뒤 일각에서는 중복 비용 등 비효율성 해소를 위해 코레일과 SR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국가기간교통망 공공성 강화 및 국토교통산업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제4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 수립 연구에 철도 통합 평가를 포함해 검토해왔다.
분과위 내에서 통합 찬반 의견은 엇갈렸다. 통합 반대 측에서는 경쟁 체제 도입 이후 코레일에서 KTX 마일리지 제도가 부활하고 SRT 운임이 KTX 대비 10% 인하되면서 이용자가 연평균 1506억 원의 할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찬성 측에서는 통합으로 인건비·설비비 등 연간 최대 406억 원의 중복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맞섰다.
하지만 분과위의 결론은 ‘판단 유보’였다. 2020년 초 발생한 코로나19로 경쟁 체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된 기간이 2017~2019년 3년에 불과해 분석에 한계가 있어 경쟁 체제 유지 또는 통합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가 이러한 분과위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코레일과 SR은 당분간 경쟁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해외에서도 독점에서 경쟁으로의 전환이 철도 발전의 기본 방향”이라며 “국민의 이동을 책임지는 철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공공 부문 내 건강한 철도 경쟁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만큼 정권이 바뀌었을 때 철도노조 등이 다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철도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발표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통합고속철도를 실현하기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어려운 결정을 다음 정권에 떠넘겼다는 지적도 있다. 이윤상 국토부 철도국장은 “언제 다시 평가를 할지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몇 년 뒤 데이터가 쌓이면) 충분히 다시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면서도 “지난 정부에서 논의를 마무리했더라도 결론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