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과 베트남은 수교 30년이 됐다. 수교 이후 연간 교역은 1992년 4억 9000만 달러에서 2021년 807억 달러로 16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대(對)베트남 수출 중 고급 기술 중간재 비중은 2.1%에서 51.0%로 늘었다. 수입 중 소비재 비중은 42.2%에서 28.6%로 줄었고 자본재 비중은 0.1%에서 25.0%로 늘었다.
1990~2021년 사이 세계 수출 시장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은 0.1%에서 1.5%로 늘었다. 세계 교역액은 6.4배 증가했으나 베트남의 교역액은 139.7배로 증가했다. 미국 수입 시장에서는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 0%에서 2021년에는 3.6%로 상승해 한국의 3.35%를 넘었다.
이러한 베트남의 급성장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우리의 대베트남 투자다. 2021년 현재 우리 기업 1만여 개의 베트남 투자 누적액은 785억 달러다. 고용은 100만 명을 넘었다. 수교 초기 섬유 등 노동 집약 산업 위주의 투자는 이제 전자부품·컴퓨터·자동차·금융 등으로 다양해져 국내 유수 기업들을 현지에서 보는 것은 이제 일상화됐다.
마냥 축하할 일만은 아니다. 베트남에서 만난 우리의 한 지방자치단체 지사는 과거 우리 도시에 있던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떠나면서 베트남에만 일자리가 넘치고 국내 지방 도시는 도리어 황폐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산업의 해외 이전이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 국내 기업 환경 악화로 한국에 남는 경우 경쟁력을 잃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수 있는데 해외의 낮은 인건비 등을 활용해 살아남는다면 국내 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베트남 간 교역 규모 급증은 베트남에 투자한 우리 기업과 국내 잔류 기업 사이의 무역 덕분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투자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한 뒤 이를 미국 등으로 수출하는 것이다.
다만 해외투자 확대가 한국의 투자지로서 매력도 악화에 기인한다면 그것은 문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로 규제, 파견·대체근로 불법화 등 노동 유연성 악화, 높은 법인세, 중대재해처벌법 등 각종 기업 규제 확대로 적지 않은 기업들이 국내에서 생산할 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2017년 이후 우리 기업의 시설투자 가운데 국내 투자가 해외투자보다 적은 것은 이러한 위기의식의 증거다.
시장 접근, 보호무역 회피, 기술 확보 등을 위해 해외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 규제 양산 등 경영 환경 악화로 기업들이 떠나는 건 심각한 문제다. 2017년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 시장점유율은 3.2%에 이르렀으나 2019년 이후 규제 확대 등으로 2.9%로 떨어졌다. 그러면서 양질의 국내 일자리 42만 개를 잃었다. 떠난 기업들을 다시 돌아오도록 하고 해외보다는 국내에 기업들이 투자하기를 원한다면 기업 환경을 바꿔야 한다. 규제 개선 등을 통해 기업의 경영 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