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빌라왕' 수법 전세사기 무더기 수사 의뢰

국토부, 1차로 106건 경찰 넘겨

갭투자 후 '깡통전세' 팔고 잠적

피해액 171억 이상…수도권 집중

거래 모든 단계 모니터링·단속 강화

서울의 한 빌라촌.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연합뉴스서울의 한 빌라촌.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연합뉴스




#1. 40대 임대업자 A·B·C 씨 등 3명은 각자 자기 자본 없이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는 방식으로 서울 소재 빌라를 다수 매입한 뒤 보증금 반환이 어렵게 되자 공모자인 D 씨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해당 빌라를 매도한 뒤 잠적했다.



#2. 서울에 빌라를 신축한 건축주 E 씨는 브로커 F 씨와 높은 보증금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할 경우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공모한 뒤 무자력자 G 씨에게 신축 빌라 건물을 통째로 매도했다. 이후 F 씨는 건축주가 신축 빌라 판촉을 위해 이자지원금을 지급한다며 임차인을 유인해 높은 보증금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했는데, 임대차 계약 종료 이후 G 씨는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고 임차인에게 피해를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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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사례를 포함한 전세사기 의심 거래 106건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한다고 20일 밝혔다. 국토부는 올해 9월 28일부터 11월까지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상담 사례 687건 중 피해자가 다수이거나 공모가 의심되는 건을 1차로 선별했다. 이번 1차 수사 의뢰 건에는 최근 주택 1000여 채를 보유한 채 사망해 다수 임차인에게 피해를 끼친 일명 ‘빌라왕’ 관련 사례도 16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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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건의 전세사기 의심 거래에 연루된 법인은 10개, 혐의자는 42명으로 조사됐다. 이중 임대인이 25명으로 가장 많았고, 나머지는 공인중개사(6명), 임대인 겸 공인중개사(4명), 모집책(4명), 건축주(3명) 등으로 나타났다. 혐의자 연령별로는 40대가 18명(42.9%)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10명(23.8%), 30대 8명(19%) 순이었다.

거래 지역별로는 서울이 56건(52.8%)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 자치구별로 보면 △강서구 31건 △양천구 8건 △금천·관악·구로구 각 3건 등이다. 인천과 경기도 각각 37건(34.9%), 12건(11.3%)으로 수도권 지역의 전세사기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사기 의심 거래의 피해액은 171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피해자는 30대 54명(50.9%), 20대 19명(17.9%) 등 2030세대가 주를 이뤘다. 40대(12명·11.3%), 50대(7명·6.6%) 등도 피해를 입었다.

국토부는 기존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으로 개편하고 부동산 거래의 모든 단계에 걸쳐 모니터링 및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매물 단계에서는 허위 매물과 집값 담합을 모니터링하고, 등기 단계에서는 부동산 거래 신고 후 미등기된 사례를 조사해 허위 거래를 단속한다. 임대차 단계에서는 전세사기 등 위법행위를 조사한다. 아울러 기존에 추진 중인 외국인 부동산 투기와 이상 고·저가 아파트 직거래에 대한 기획조사와 기획부동산, 불법 전매에 대한 조사도 병행한다.

남영우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은 “전세사기 단속뿐만 아니라 주택 매매 및 임대차 거래 정보 분석과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발생 가능한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부동산 거래 전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불법행위와 범죄로부터 소비자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업무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와 법무부는 이날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법률지원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TF는 경찰청,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대한법률구조공단, 민간 전문가 참여로 피해 세입자에 대한 대위변제 및 법률 지원을 제공한다.


노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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