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받고자 하는 임금이 억대 연봉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해 고용주들이 웃돈을 주고 직원을 채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의 기대치마저 오르며 인플레이션이 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현지 시간) 뉴욕연방준비은행이 공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1월 미국인들의 평균 ‘의중임금(reservation wage·유보임금)’은 연봉 기준 7만 3700달러(약 9560만 원)였다. 조사를 시작한 2014년 3월 이후 최고치다. 의중임금은 근로자가 일할 때 받고 싶은 최소한의 임금을 의미한다.
미국인들의 평균 의중임금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 6만 1700달러에서 올 11월까지 19.4%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15.6%를 웃도는 수치다. 근로자들의 임금 눈높이가 인플레이션 이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취업 중인 블루칼라 계층이 주도하고 있다. 설문 대상자 중 현재 고용돼 있으면서 대졸 미만인 근로자들의 의중임금 상승률은 팬데믹 이후 27%에 달했다. 반면 실직자들은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문제는 현재 미국에서 현장직을 중심으로 한 인력난 때문에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올 11월 실업자 수는 601만 1000명인 반면 구인 중인 일자리는 1033만 4000개에 이른다. 실업자 1명당 열려 있는 일자리가 1.72개로 구직자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이에 2020년 3월 28.79달러였던 시간당 평균 임금은 11월 32.82달러로 14% 상승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입장에서는 골칫거리다. 인력이 부족해 임금이 인상되면 의중임금이 따라 오르고 이에 다시 임금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는 노동시장이 쥐고 있다”며 “현재 임금 상승률은 2% 물가 목표와 양립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높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임금 상승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이 현실화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연준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