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미국 경제가 강하며 결국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오랜 긴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에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2.18%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45%, 1.05% 떨어졌는데요.
이날 나온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예상치를 밑돌았고 3분기 국내총생산(GDP) 확정치는 상향 조정됐습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연 3.69% 수준까지 올랐는데요. 강한 경제를 알리는 신호에 달러인덱스도 104.5까지 치솟았습니다. 증시 부담 요소 가운데 하나였는데요. 오늘은 주요 경제지표와 함께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의 일자리 추정치, 증시 전망 등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계속 실업수당 청구건수 10월 이후 첫 감소”…“서비스, 3분기 GDP 3.4%p 기여 전체(3.2%)보다 커”
우선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부터 보죠. 이날 나온 지난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1만6000건으로 전주(21만4000건)보다 2000건 늘었습니다. 약간 증가했는데요. 중요한 예상치보다는 낮았습니다. 다우존스가 22만 건 예측했고 블룸버그통신은 22만2000건을 전망했는데요. 생각보다 노동 시장이 좋았던 겁니다.
변동성을 줄여주는 4주 이동평균을 보면 22만1750건으로 전주(22만8000건)보다 감소했는데요.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도 같은 기간 167만7000건에서 167만2000건으로 되레 쪼그라들었습니다. 계속 청구건수가 줄어든 것은 지난 10월 초 이후 처음인데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간을 비교해도 15만 건이나 낮습니다. 갈 길이 멀다는 건데요. 블룸버그는 “일부 냉각 조짐에도 고용시장은 여전히 극도로 타이트하고 이어지는 노동시장의 불균형은 임금 상승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봤습니다.
월가에서는 내년 연준 움직임에 노동시장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죠. 연준의 예상대로 내년 실업률이 4.6%가 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동시장 둔화가 필수인데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내년 4.6%의 실업률을 위해서는 최소 매달 3만 개 이상의 일자리 감소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둔화할 조짐이 잘 보이지 않는 노동시장→최종금리 더 장기간 유지 또는 추가 긴축 가능성→경기침체 확률 더 확대→증시 하락’의 판단이 불가피하지요.
이날 나온 3분기 GDP 확정치는 이 같은 생각을 좀 더 강하게 해줍니다. 미국의 3분기 GDP 확정치가 3.2%(전분기 대비 연환산 기준)로 잠정치보다 0.3%포인트(p) 올라갔습니다. 잠정치도 속보치보다 0.3%p 높았으니 결국 최종적으로는 0.6%p가량 상승한 겁니다.
GDP 확정치가 높아진 것은 소비와 기업투자 덕인데요. 개인소비는 서비스 지출 확대에 기존 1.7%에서 2.3%로 커졌습니다. 3분기 GDP를 민간 상품과 서비스, 정부로 쪼개보면 민간 서비스의 기여분이 3.4%p에 달합니다. 상품(-0.24%p)이 갉아먹은 것을 서비스가 메운 것이죠. 정부는 0.08%p만 기여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럽키 FWDBOND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가 둔화하지 않고 물가상승 압력이 지속할 수 있어 연준은 아마도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TD증권은 연준의 최종금리를 더 높게 보고 있습니다. 프리야 미스라 TD증권 글로벌 금리전략 헤드는 “우리는 연준이 내년 5월까지 기준금리를 5.5%까지 올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뒤에도 금리인하를 매우 꺼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인플레이션이 끈적끈적할 가능성이 높아 경기침체를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고 했는데요.
연준이 제시한 내년 최종금리가 5.1%(5.00~5.25%)니까 이보다도 한 단계 높은 거죠.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금리선물 시장은 큰 변화가 없는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내년 5월 기준금리 예상치는 4.75~5.00%가 47.8%로 여전히 가장 많고 5.00~5.25%는 29% 정도에 불과합니다. 연준이 제시한 최종금리(5.1%)를 고려하면 0.25%p씩 세번 금리인상이 이뤄지는 내년 5월에는 5.00~5.25%에 도달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겁니다. 내년 11월에는 금리인하 확률이 절대적으로 높은 모습도 그대로죠.
“2분기 일자리 실제로는 105만 개 아닌 1만 개 증가”…“침체 확률 크게 상승 분석에 연착륙 가능성 높아졌다” 주장도
이는 여전히 시장은 경기침체가 오면 연준이 돌아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증거인데요. LH메이어는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작업에 시장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6월까지 중단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고, 노무라는 내년 9월에는 축소가 끝나지 않겠느냐고 예상하기도 합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2024년, 또는 2025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하는데요.
결국은 노동과 인플레이션이 관건일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필라델피아 연은이 불지핀 일자리 논쟁을 같이 한 번 볼 필요가 있는데요.
이날 마켓워치는 “필라델피아 연은의 새 보고서가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 터커 칼슨의 음모론(민주당이 중간선거 승리 위해 일자리 부풀림)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음모론보다 팩트 중심으로 보죠. 필라델피아 연은이 자체적으로 내놓기 시작한 일자리 관련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미 전역의 고용증가폭이 △지난해 4분기 필라 202만 개, 노동통계국(BLS) 191만 개 △올 1분기 필라 170만 개, BLS 162만 개 △2분기 필라 1만500개, BLS 105만 개로 나타났다는 겁니다.
지난 해 4분기와 1분기는 큰 틀에서 차이가 적지만 핵심은 2분기입니다.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는 거죠. BLS는 비농업 일자리(non-farm payroll)를 공식 발표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통화·재정정책이 이뤄지는데요. 필라델피아 연은의 분석대로 105만 개가 아닌 1만 개 정도가 창출된 것이라면 연준의 금리인상 방향이 바뀌어야 할 정도로 중차대한 일입니다.
해당 보고서가 나온 것은 지난 13일입니다. 열흘가량 됐는데, 그동안은 알음알음 알려지다가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데요. 미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죠. 출처가 다른 곳도 아닌 필라델피아 연은이라는 점에서 더 그런데요.
일단, 두 자료는 조사방법에서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필라델피아 연은은 분기 실업보험 지급 데이터를 활용하고 BLS는 매달 약 13만1000개의 기업과 정부 기관을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는데요. 비농업 일자리는 고용된 사람의 수가 아닌 일자리를 따지기 때문에, 예를 들어 정규 직업 외에 시간제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은 설문조사에서 중복계산된다고 합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이 대목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지요.
연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필라델피아 연은이 쓰는 것은 사실상 전수조사(센서스) 자료이고 BLS는 표본조사를 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한 다음에 나중에(내년 2월) 센서스 자료를 보완해 추가 보정을 한다”며 “필라델피아 연은 일자리 자료의 원자료를 보면 2분기에 200만 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오는데 계절조정 후에 거의 제로가 됐다. 이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고 BLS의 고용보고서는 채집한 샘플 밖에서 일자리가 큰 폭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는데요.
전문가들의 생각도 분분합니다. CNBC의 선임 기자 스티브 리스만은 “전문가들은 두 자료가 다른 데이터와 다른 계절조정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다른 일자리 데이터도 (2분기에) 강한 모습을 보였고 높은 임금상승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자리가 2분기에 하나도 늘지 않았다고는 생각하기 어렵지만 지금으로서는 누가 맞는지 말하기도 힘들다”고 봤는데요.
브라이언 웨스배리 퍼스트 트러스트 이코노미스트는 “필라델피아 연은의 자료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과거 데이터가 부족해 이 보고서는 신중하게 받아들이는 게 좋다”며 “이 모델에 문제가 없더라도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일자리가 그렇듯 괜찮은 모델도 현실과 종종 충돌한다”고 했습니다.
정리하면, 해당 논란에서는 △조사방식의 차이가 존재 △정치권으로 논란 확산 중 △그럼에도 BLS가 공식자료(현재로서는 당국은 BLS를 근거로 정책을 할 수밖에 없음) △내년 2월 일자리 보정 시 잘 지켜볼 필요 등이 되겠습니다.
추가로 고용과 경제가 강하니 연착륙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크레디트 스위스의 조나단 골럽은 이날 블룸버그TV에 “(상대적으로 강한) 소비자들이 미국을 경기침체에 들어가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위즈덤 트리의 케빈 플라나간 채권 전략 헤드의 생각도 비슷한데요. 그는 “3분기 GDP 상승은 연준 입장에서 보면 소프트랜딩을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다”며 “내 생각에 이 부분은 내년에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무슨 침체? 지금까지 경제는 버티고 있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테퍼 “매파 중앙은행 앞에서 긍정적인 것 이해 안 돼”…캐신 “S&P 3800 무너지면 산타 못 볼 것”
하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또 다릅니다. 미국 경제가 변곡점에 서 있다보니 엇갈리는 신호가 계속 보이지만 긴축이 지속할 것이고 경기는 둔화할 것인데요. 억만장자 투자자인 데이비드 테퍼 애팔루스 매니지먼트 설립자는 이날 CNBC에 “때때로 중앙은행은 당신에게 그들이 무엇을 할지를 말해주는데 당신은 그들을 믿어야만 한다”며 “나는 주식시장에 관한 한 매도(short) 쪽에 기울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준을 의심하지 마라는 뜻이죠. 중앙은행의 긴축의지를 고려하면 증시는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말인데요.
연장선에서 그는 채권도 사지 마라고 했습니다.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릴텐데 이 경우 채권가격이 떨어지므로 더 나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서는 기다려야 한다는 거죠. 같은 맥락에서 많은 이들이 권하는 2년 채권에 대해서도 “지금 시점에서는 좋아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아트 캐신 UBS 객장담당 디렉터는 이날 오전 “S&P의 매우 중요한 선인 3800이 시험받고 있다”며 “만약 이것이 깨진다면 우리는 산타클로스의 얼굴을 우유팩에 넣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이날 S&P500이 3822.39로 마감했지만 이날 장중에는 3765선까지 밀리기도 했죠.
영원한 강세론자인 펀드스트랫의 톰 리처럼 내년에 연준이 금리인상을 멈추면 대규모 랠리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분명 상황이 좋지는 않은데요.
CNBC가 월가 금융사 15곳(전략가)의 내년 연말 S&P500 목표치를 종합한 결과 평균 4147이었다고 합니다. CFRA와 도이치뱅크는 4500을 넘고, 크레디스 스위스와 에버코어 ISI,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는 4000~4500,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씨티는 4000, 가장 약세론자인 바클레이스는 3725를 제시하고 있다고 하죠.
다만 최고 강세론자인 도이치뱅크의 빙키 차드하도 강력한 랠리 전 3분기에 경기침체가 찾아오면서 S&P가 3250까지 주저앉을 수 있다고 했는데요. 웰스 파고는 “내년 시장이 매우 불안정할 수 있다”며 “2023년은 매수와 보유의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과도하게 겁 먹을 필요는 없지만 시장 전망과 분위기가 꽤 좋지 않고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텐데요. 현재로서는 변동성지수(VIX)에 대한 의견도 엇갈릴 정도입니다. VIX는 옵션 가격을 기반으로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주가지수와 반대로 갑니다. 특하 하락장 때는 헤지수요가 늘면서 수치가 올라가는데요. VIX가 이날 21.9선까지 오르긴 했지만 그동안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었죠. 맨디 수 크레디트 스위스 그룹의 주식파생상품 전략헤드는 “우리는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에 증시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것을 보아왔다”며 “많은 투자자들이 위험을 회피하고 현금으로 갈아타면서 주식시장의 레버리지(차입)가 크게 감소했다. 수중에 돈이 있을 때는 풋옵션을 살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는데요.
지금으로서는 1차로 크리스마스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내일 있을 11월 개인소비지출(PCE)을 잘 분석해봐야겠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9시 기준 실질개인소비가 전월 대비 0.1% 올라 10월(0.5%)보다 상승폭이 감소할 것으로 나오는데요.
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5.5%(10월 6.0%), 전월비 0.1%(0.3%)로 예측됩니다.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은 1년 전과 비교하면 4.6%(5.0%), 한 달 전보다 0.2%(0.2%) 늘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로이터통신은 “거래량이 감소하고 많은 이들이 시장을 떠나는 시기의 시장 움직임에서 너무 많은 것을 읽어내려고 하지 마라”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경계심은 계속 높여야겠지요. 내일 PCE에 대한 상세한 분석은 ‘3분 월스트리트’에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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