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통해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얻어내고 미국의 지지를 재차 확인했지만 정작 잃어버린 영토를 단기간에 수복하고 전쟁을 끝내기 위한 공격 무기는 얻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에이태큼스(ATACMS) 장거리 미사일, 첨단 공격용 드론, F-16 전투기, 첨단 전차 등의 지원을 요구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을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무한한 지지를 얻어내고 의회에서 기립박수를 받았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방어용인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 일부 무기 지원을 받는데 그치는 등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것이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 미 군용기 F-15의 엄호를 받으며 개전 이래 처음으로 나라 밖을 벗어나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다. 미국 정부는 그의 방문에 맞춰 최첨단 방공미사일 패트리어트 포대를 포함한 18억5000만 달러(약 2조 4000억 원) 규모 신규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10시간 이상 워싱턴에 머무는 동안 20억달러에 육박하는 무기와 장비 지원을 확인받았지만 위시리스트 목록의 모든 것을 얻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과 유럽에 꾸준히 공격용 무기 지원을 요청해왔다. 젤렌스키의 고문인 미하일로 포돌야크는 ‘나의 크리스마스 위시리스트’라는 제목의 트윗에서 전차와 장거리 미사일, 첨단 드론, 에이태큼스 미사일 등 필요한 무기 4개를 올린 바 있다.
하지만 미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경우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바이든은 젤렌스키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용 무기 지원은 나토(NATO)와의 단결을 깨뜨릴 수 있다”며 “유럽은 러시아와 전쟁을 할 생각이 없으며 3차 대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공격용 무기 지원 거부는 푸틴의 입지만 강화시켜 준다는 반대론도 적지 않다. 미국의 첨단 무기 지원 거부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버티기가 가능해진 푸틴으로서는 내심 종전을 바라는 유럽을 활용해 평화협상 여론 조성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은 평화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로부터 빼앗은 영토 대부분을 보전해 결과적으로 전쟁에서 성과를 얻은 모양새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종전을 바라는 듯한 발언을 해 유럽연합(EU)국가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푸틴도 이를 여론전에 활용하고 있다. 푸틴은 젤렌스키가 미국을 방한 다음날 외교를 통한 조기 종전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목표는 전쟁의 쳇바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며 "종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말했듯 적대행위의 심화는 불필요한 손실로 이어진다"며 "모든 무력 충돌은 어떤 식으로든 외교적 협상을 통해 끝난다"고 했다. 서방은 푸틴의 발언을 겨울 대격전을 위한 시간벌기 전략 내지는 유럽의 전쟁 피로감을 부추기기 위한 여론전으로 해석한다. 실제 푸틴은 2차 병력 증원에 나서는 등 장기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퇴역 중장인 프레드릭 호지스는 "미 행정부는 확대의 위험을 계속 과대평가하고 우크라이나의 전과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