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

저신용 건설사, 현금보다 빚 6조 더 많아…"부동산PF 많은 증권사도 부실위험" 경고

A등급 이하 순차입금 6.3조 전망

"브리지론 등 부실 다수 발생 우려"








가파른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설업계 업황이 내년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 중·하위 건설사의 경우 재무 건전성을 떠받칠 현금 여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용평가사들은 건설사 유동성 리스크가 부동산 PF 비중이 높은 증권사 중심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내년 증권업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25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내년 신용등급 A등급 및 BBB등급 이하 건설사들의 순차입금 규모는 6조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순차입금은 기업의 총차입금에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수치다. 순차입금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현금 여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A등급 건설사의 경우 순차입금 규모가 지난해 1조 3000억 원에서 올해 2조 2000억 원, 내년 2조 6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BBB등급군 역시 지난해 2조 2000억 원 규모에서 올해 3조 9000억 원에 이어 내년 3조 7000억 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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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중·하위 건설사들의 이익 체력 약화는 특히 AA등급의 상위 건설사들과 비교하면 더 두드러진다. AA등급 건설사들의 내년 순차입금 규모는 -3조 2000억 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빚보다 현금 자산 비중이 높은 상황을 내년에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들은 지난해(-4조 2000억 원)에 이어 올해(-3조 2000억 원)도 순차입금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했다.

신용평가업계는 등급별 건설사들의 이익 체력 양극화가 심화되면 건설업계 신용도 하락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금 여력 약화는 유동성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시장 경색이 또다시 발생할 경우 중·하위 건설사들은 상환과 회사채 차환 발행이 모두 어려워지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한기평은 “내년부터 미분양·미입주 같은 사업 위험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건설사 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이 과거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이미 건설사의 신용등급 악화는 가시화된 상황이다. 최근 한기평·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3대 신용평가사는 모두 롯데건설(A+)과 태영건설(A)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일제히 내려잡았다. 한기평과 한신평은 한신공영(BBB) 무보증회사채에 대해서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건설업계의 건전성이 악화되면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부실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기평은 내년 증권업계의 사업 환경을 ‘비우호’로 평가하며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국내 23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노출(익스포저) 규모는 9월 말 기준 24조 3000억 원으로 자기자본의 37% 수준이다. 특히 중·후순위채권 및 개발 사업 중 본 PF의 전 단계인 브리지론 관련 노출 부담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점이 지적됐다. 정효섭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본 PF 전환 실패에 따른 브리지론 부실 사례가 다수 발생할 것”이라며 “일반 증권사는 자기자본 대비 PF 비중이 크고 중·후순위 및 브리지론 비중이 높아 위험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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